대학등록금이 비싼 것은 맞다. 개인적으로 두 자녀를 사립대학에 보낸 학부형으로서 대학 등록금은 절대적으로, 턱없이 비싸다. 그러나 우리 냉정해지자. 그리고 솔직해지자. 비싸다는 말에는 그 기준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어째서 얼마나 비싸냐는 말이다. 생산 원가나 효용을 따진다든지 무엇과 비교해 따져보고 값을 내려라고 해야 경우에 맞다 할 것이다.
여기에는 대학에서의 학업성취도, 인격완성도, 자기만족도에다 대학 졸업 후의 취업 등 모든 것이 계량화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내가 낸 등록금을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썼느냐도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교수와 교직원들의 월급은 얼마나 주었으며 연구비와 건축비, 관리비 등 제반 경비는 얼마나 썼는지, 그 다음 반값 등록금을 주장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흥분한다고 해결 될 문제가 아니다.
이 대목에서 궁금하다. 4년제 대학이 200개나 되고 전문대, 대학원대 등 411개 대학이 있고 그 재학생만도 350만 명이 넘는다. 그런데 이들 대학의 등록금이 전공에 따라, 학교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4년제 사립대학의 경우 적게는 700만원대에서 900만원대까지 대체로 비슷하다. 짜지 않고서야 어찌 이럴 수 있다는 말인가. 대학마다, 전공마다 교수의 질과 수준이 다르고 그에 따라 교육의 질이 다를 터이니 취업률이 다르고 교육만족도가 다르고 학업 성취율이 다를 진데, 등록금은 어찌 같다는 말인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직무유기로 되레 고발당할 지경이 되자 뒤늦게 나섰으니 지켜 볼 밖에다.
대학정보 사이트가 진작에 전국의 대학들에 등급을 매겼는데 A급에서 Z급까지, 35점에서 12점까지 골고루 분포하고 있다. 학생충원률과 교수충원률, 교수논문실적, 학생 취업률 등 8개 항목을 각 5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긴 결과이다. 이 평가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학교간 차이를 어느 정도 설명해 준다고 본다. 그런데도 등록금에서는 이런 차이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하다.
또 가격이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게 상식인데, 가격이 비싸다면 공급자에게 항의하고 따져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등록금을 왜 정부가 세금으로 부담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물론 국가에서 공교육이 담당해야 하는 많은 부분을 사학이 맡고 있는데 따른 정부 지원은 인정한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아니 우리 지역에만도 교육은 뒷전인 채 비리와 부패로 구성원 간 니전투구를 벌이는 등 문제 사학이 수두룩한 것은 다 아는 사실 아닌가. 그렇다면 사학에 대한 지원도 옥석을 구분(區分)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고교 졸업자의 80% 이상이 대학에 들어가는 현실에서 아직 고교 교육도 의무교육이 실시되지 않고 있다. 출산율 저하로 고졸자보다 대학 신입생 숫자가 많아지는 현실에서 전 국민을 대학생으로 만들고 등록금을 세금으로 지원한다면 결국 그 부담을 누가 감당하게 되는가. 억지로 입학생을 그러모으고 연명해가는 대학들에게는 단비 같은 지원이 되겠지만 충실히 직업교육 시키는 전문대학은 오히려 도태되는, 그야말로 옥석구분(玉石俱焚)하는 짓에 다름 아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만나 부실대학은 재정지원을 않기로 하는 구조조정에 `협의`키로 `합의`했다니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말로 들리기는 한다. 지원 받을 자격이 있는 대학부터 골라내야 한다. 또 당나귀에서 귀 자르고 꼬리 자르는 핑계를 만들어주는 감사라면 국민들은 또 한 번 실망할 것이다. 그래서 감사원의 대학 감사에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