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예순 둘. 더 이상 사업 실패할 겨를이 없다. 배 사업한다고 작은 집마저 모두 날리고 주변이들 배려로 단칸집에 이사 온지 몇 달 동안 날씨 좋아지고 수온 올라가면 문어 잡아서 작은 딸 시집보내려는 마음으로 어두운 새벽바다로 나선다. 여기저기 흩어져 조업하는 소형선들의 작업등 불빛 아래 분주히 일하는 저들도 부양할 가족을 위해 부부함께 나섰으리라 짐작하며 통발을 던진다. 순간, 발목에 통발줄이 감기며 남편이 바다로 떨어진다.
“여보! 여보! 우짜노!”
수 년을 함께 조업 다녔어도 장비조작할 줄 모르는 부인은 그저 남편만을 부를 뿐이다. 저만치 조류에 떠밀려 멀어져 가는 남편이 빨리 후진하라 외친다.
“후진해라! 뭐하노! 후진해!”
다시 남편의 애절한 고함소리에 이리저리 조작을 해 후진은 했지만 이미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지난 3월 18일 새벽, 실종자 부인의 증언이다. 그는 구명동의를 입지 않았다. 무상으로 보급해도 불편하다거나 무관심으로 착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자체에서 편의성이 강화된 제품보급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안전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몇 십 배 비싼 고기 더 잡는 장비는 구입해도 나와 가족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작은 돈에는 인색하다. 지난해 한 해 132명의 어민이 사망, 실종됐으며 연평균 140명에 이른다. 어선어업은 물론, 본격적인 물놀이 계절에 노출된 만큼 누구나 예외는 없다. 구명동의 보급을 늘리는 동시에 `선박 승선 시 착용 의무화`의 법제화가 시급하다. 자동차 안전벨트 착용의무화와 같은 이치다. 일본이 수 년 간 구명동의 착용 캠페인을 펼쳤으나 착용률이 저조해, 2008년에 상시 착용을 의무화한 것처럼 국가가 나서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줘야 한다.
오늘도 수많은 어선원들이 무방비 상태로 바다에 노출되어 3일에 한 명씩 우리 곁을 떠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