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괴물이 될까, 명물로 만들까

이경우 기자
등록일 2011-06-13 23:26 게재일 2011-06-13 23면
스크랩버튼
이경우대구본부장
아침 저녁 출퇴근길 건설중인 교각 밑을 지나면 유쾌하지 않다. 대구시내 곳곳에서 한창 진행 중인 도시철도 3호선 공사 말이다. 처음엔 그저 교통을 불편하게 만드는 정도이더니, 그 거대한 뼈대를 드러내면서 크게 신경을 거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완전히 빗나가게 만들고 있다. 요즘 만들어지고 있는 지상 11m 교각위에 건설되는 시내 30곳의 도시철도 정거장은 규모만도 평균 700㎡로 도심 속 거대한 옥상 누각이 되고 있다. `자칫 대구의 흉물이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뜻있는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다. 이 괴물을 어찌할 것이냐고.

그런데 이번엔 좀 더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다. 강폭 400m 나 되는 금호강 팔달교를 가로지르는 도시철도 공사가 진행되면서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대구 도심과 경북 북부지역을 잇는 팔달교는 대구의 북쪽 관문이다. 이 다리 옆으로 도시철도 3호선이 지나가는데 그 거대한 규모가 아슬아슬한 곡예를 보는 듯 불안하고 조마조마하다.

물론 최신 과학기술을 근거한 공법이 동원될 것이고 관련 전문가들이 미관을 최대한 살려 디자인했다고 하니 안심은 해야겠지만 그렇지가 못한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세계적 명물이 된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은 1887년 1월 건설을 시작할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외의 엄청난 반대에 직면했다. 9천t이라는 엄청난 무게의 쇳덩이를 지상 300m 이상 세워 올리는 공사에 대한 파리 시민들의 반대는 극심했다. 그러나 25개월에 걸친 공사기간동안 한 치 오차도 없이 1백만 개가 넘는 리벳을 완벽하게 끼워 맞춘 에펠탑은 성공적 건립으로 반대자들을 침묵시켰다.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는 3호선 미관에 대한 시민들의 걱정을 이해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지금은 한창 건설 공사가 진행중이어서 괴물 덩어리 같고 위험스러워 보이지만 완공되고 나면 대구의 새 명물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감추지 않는다.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정거장을 건설하기 위해 설계에서부터 경관전문가들의 자문과 경관위원회의 심의를 거쳤다고 설명한다. 교각의 형태는 결정돼 한창 공사중이지만 교각을 꾸밀 것인지,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중이라고 한다. 미관은 현재 여러 안을 검토 중이며 시범 운영을 통해 시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이다.

그래도 정작 건설되고 있는 교각과 정거장을 보면 “이젠 너무 늦어 어찌할 도리가 없다”며 진퇴양난의 상태로까지 내닫지나 않을지 솔직히 걱정이다. 더 이상 진전되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 대구의 흉물이 되어서야 되겠나.

에펠탑은 20년 한시적으로 건립됐으나 에펠탑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성원으로 122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엄청난 비난속에 건설됐지만 완공된 뒤에는 골칫덩어리 고철 뭉치가 되지 않고 예술성까지 갖춘 세계적 명물이 되었다. 물론 소설가 모파상이 파리 시내에서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 곳은 에펠탑 뿐이라며 매일 에펠탑에서 식사를 했다는 얘기가 있을 만큼 에펠탑은 자연경관을 망치는 쇳덩어리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에펠탑의 성공은 치밀한 준비와 분명한 계산, 정확한 작업이 뒤따라 가능했다. 리벳의 구멍 사이 간격을 1/10mm까지 정밀하게 계산한 전체 설계도만도 5천 장 이상이 됐다.

런던에는 타워브릿지가, 뉴욕에는 자유의 여신상이, 베이징에는 천안문이 각기 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위상이 뚜렷하다. 우리도 도시철도 3호선을 대구의 랜드마크로 만들면 어떨까. 도심의 괴물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대구의 상징으로 만들어서 한국의 자랑거리가 되도록 하면 어떨까.

그러자면 치밀한 설계와 빈틈없는 구조계산, 그리고 조립공사를 통한 안전 확보가 전제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종합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