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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그런 말 할 자격 없다”

이준택 기자
등록일 2011-06-10 23:25 게재일 2011-06-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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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택편집국 부국장
현충일 다음날인 지난 7일 아침 필자는 휴대폰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느라 분주했다. 이날 신문에 친구데이(이웃데이)를 만들어보자는 기사를 쓴것 때문이다. 그중 함께 모임을 하고 있는 한 친구는 대뜸 “너는 그런말 할 자격 없다”며 생뚱맞게 말했다. 반 농담이 섞였지만 아마도 친구는 모임에 자주 나오지 않았던 내가 친구얘기를 끄집어낸 것이 못마땅했을 수 도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모임에 한참 못나갔다. 바쁘다는 것이 핑계인 줄 뻔히 알면서도 모임의 친구들은 이해해줬는데 느닷 없이 친구의 소중함이 어떻고 그래서 친구데이를 만들자고 하니 어처구니 없게 들릴 수 도 있겠다. 그래도 조금은 야속하다. 농담인줄은 알면서도 말이다.

먼저 오해를 풀어야 할 것 같다. 아니 오해라고 까지 할 것 없지만 이번 친구데이는 필자가 처음부터 기획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하고 싶다. 그래서 이번 친구데이기사가 만약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면 그 공은 `경북매일신문`이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독자들의 호응이 불길처럼 번지고 있는`친구데이` 기사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신문사는 아침 저녁으로 편집(신문제작)과 관련된 회의를 한다. 오늘 기사는 어떤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지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각 부서별 데스크가 참석하는 회의에서는 다음날 아침 신문의 모든 것이 결정된다. 회의에서는 기획물도 토론한다. 친구데이는 토론과정에서 제기됐고 필자가 맡게 됐다. 친구데이 기획물이 결정되면서 인터넷도 뒤져보고 관련기사도 챙겨봤다. 영국잡지사의 친구에 대한 정의는 인터넷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해인사의 아침예불 `오종대은`은 편집국장이 방향을 제시했다. 그래도 뭔가 부족했다. 친구데이의 의도에 대해 조심스럽게 몇 군데 확인했다. 대부분 적극적인 호응을 보였다. 일부 지인은 7월9일로 하자는 제안까지 했다. 마침 연휴가 겹치면서 기자가 가입한 축구동호인 클럽의 경기에 모처럼 참석했다. 몇개월만에 참석하는 자리여서 멋쩍기는 했지만 자연스럽게 친구에 대해 논의했다. 모두다 만족해하는 눈치였다.

친구데이 기사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박승호시장은 신문을 읽고 포항시 행사와 접목시키기 위해 그날 아침 비상을 걸었다. 11일 시민의 날에 선언하는 `영일만친구데이`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날 필자의 친구 가운데 일부는 7월9일을 친구데이로 하자며 이날 만날 것을 약속했다.

지난 5월14일 스승의날 전날인 14일 필자가 다녔던 포항고등학교 30회 졸업생들이 30년만에 모였다. 졸업한지 3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뒤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자주보는 동기생들도 있었지만 정말 30년만에 보는 친구도 있었다. 일부 동기들은 얼굴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날 만난 동기 가운데는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했던 것으로 기억되는 한 친구는 워낙 살이 쪄서 처음에는 기억 나지 않았다. 그러나 세월을 거슬러 30년전으로 잠시 올라가자 목덜미에 난 검은 점이 생각났다. 유독 그친구의 목덜미에 난 점은 유별났다. 그 친구였다. 정말 반가웠다. 그러나 다시 돌아온 삶의 현장에서는 친구가 점차 잊혀져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기사가 다시 생각난다. `우리 중 `친구의 은혜`를 제대로 깨닫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나라와 부모와 스승은 은혜이지만 친구는 은혜로 여기지 않는다는 뜻일 터이다. 친구는 마치 공기 같아서 소중함을 잊고 살아서일지 모른다. 하지만 해인사 아침예불 염불문은 우리 세속 사람들과 달리 일찍부터 친구의 은혜에 주목한다. 나라의 은혜, 부모의 은혜, 스승의 은혜, 먹이고 입혀주는 사람의 은혜에 이어 친구의 은혜를 합쳐 다섯가지 큰 은혜(오종대은·五種大恩)라 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그걸 마음에 깊이 새겨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명심불망·銘心不忘)고 스스로 채찍질한다`

`오종대은 명심불망`을 다시한번 가슴깊이 새겨본다. 친구데이가 아니라도 좋다. 이웃을 향해 마음을 열면 그것으로 족하다. 친구는 이웃이다. 다시 묻는다. “당신의 친구는 어디에 있는가. 당신은 다른 누구의 좋은 친구가 돼 주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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