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한나라당은 계파 갈등과 일부 주류의 자리 독식을 극복하고 변화를 택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당선직후 기자들에겐 “내가 당선된 게 맞느냐”고 반문했다. 그가 당선된데는 친이(친이명박)계 일부와 친박(친박근혜)계·소장파의 지원에 힘입은 것으로 이병석, 안경률 후보간의 3자간 싸움에서 어부지리인 셈이었다.
한나라당이 심각한 권력투쟁으로 사분오열하고 있다.
한국 현대정치사가 일천하다고는 하지만 이른바 대통령의 임기말을 맞은 최근의 행태는 수장을 중심으로 한 계파정치의 원조격인 일본과 중국의 정치현실과 함께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적인 진화가 아닌, 이합집산의 결정체의 형상조차 가늠하기 힘든 다핵분열 양상이다.
최근 한나라당내에는 과오를 반성하고 쇄신을 하자는 스타디그룹격인 소모임이 난립하고 있다. 친이계 주류들의 최대 계파 모임인 `함께 내일로`는 `한나라당의 보수 가치 정립과 이명박 정부 성공`을 위해 모임을 유지키로 합의, 정부의 국정운영을 비판한 `새로운 한나라` 쪽 의원들과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이다.
2008년 7월 친이계 의원 40여명의 참가로 설립돼 현재 60여명의 현역 의원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이 모임은 지난 18일 모임에서 “올바른 보수 한나라당의 가치를 지키고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자”며 “지금 `새로운 한나라`가 주도하는 쇄신 논의는 정부에 대한 지나친 부정과 당권 투쟁에 치우쳐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풍향계를 달리하는 당의 쇄신풍에 대해 당내 일부에서는 `반짝 쇄신`을 염려하는 분위기다. `새로운 한나라`에 개성이 강한 의원들이 모이면서 불협화음이 일고 있는데다 친이계도 `친·탈 이재오·이상득`으로 개편되면서 어수선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한나라에 참여하는 일부를 제외한 다수의 친박계들은 “쇄신이 당권경쟁 방향으로 흘러가면 누구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상황을 한 발 떨어져서 관망하고 있다.
친이·친박이 원조라면 이상득·이재오계로의 핵분열에 이어 수도권중심의 소장파간에도 차기 당권을 노린 잠룡을 중심으로 아메가처럼 다핵분열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형국에 실패로 돌아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대구·경북권 유치문제는 한나라당내 계파별 의원들의 목전의 욕심과 극명하게 배치될 수 밖에 없었다. 김관용 경북지사가 단식끝에 입원했고 혈서투쟁까지 벌인 상황을 보면 대구·경북지역민들의 염원이 얼마나 컸나를 짐작할 수 있지만 토네이도처럼 공습하는 한나라당내 권력투쟁의 상황을 보면 당내에서 대구·경북을 보는 시각은 엄마젓을 달라며 치근대는 철없는 아이일 뿐이다.
급기야 지역의원들의 총 사퇴 촉구론까지 나오고 있으며, 내년 총선때 두고보자는 분노가 들끓고 있다.
과학벨트 유치실패에 대한 항거의 의미로 왜 단체장만 단식을 해야 하고 정작 삭발을 해야 할 지역 국회의원들은 그 단체장을 위문해야 하는 거꾸로 된 현실에서 지역민심이 들끓는 것이다.
당내 지도부에 지역 의원들이 전멸상태인데 어떤 역할을 하느냐는 의원들의 항변도 일부 이해는 가지만 그동안 당내 구도에서 지도부 진출을 못했거나 계파 수장의 입장 때문에 안했다면 지역정치권의 정치력은 걸음마단계일수밖에 없다.
미국 정치학자 해럴드 드와이트 라스웰은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얻느냐가 정치다”라고 했다. `이념의 정치`에서 `이익의 정치`로 이동중인 한국의 정치이념은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얻느냐`가 중요하다. 그것은 태생지에 대한 이익이어야 하고 특정정당, 국가전체의 이익과 부합돼야 한다. 그런면에서 한나라당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력투쟁을 둘러싼 최근의 사분오열은 핵분열을 거듭해 어떤 발전적인 결정체를 탄생시킬지는 알수 없지만 현재로선 이익의 정치도 아닌 `권력지향적 사익추구`란 점에서 경고음이 들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