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경찰과 업자 간에 쫓고 쫓기는 현상이 지겹도록 반복되고 있지만 영악한 업주들은 지능화·조직화한 수법으로 단속망을 교묘하게 피하고 있다.
얼마 전 안동지역에서 외지 사람들만 붐비는 `이상한 불법사행성게임장`의 든든한 배경에는 `바지사장`을 앞세운 실질적 업주로 조직폭력배가 개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처음부터 `얼치기 단속`으로 일관했다. 지난달 28일 이 게임장에 잠입 취재한 내용에 대한 본지 보도가 있자 마땅한 참고인 진술조차 확보하지 못한 경찰은 급기야 취재 기자를 상대로 진술을 받아냈다. 경찰은 이것을 토대로 지난달 30일 압수수색영장을 받았지만 차일피일 미뤘다. 업주가 게임기를 몽땅 모시고(?) 유유히 사라진 뒤인 지난 2일 오후 늦게서야 겨우 3명의 직원으로 텅 빈 업장을 덮치는 시늉만 냈다.
경찰이 압수수색을 미루는 사이 업주의 도피 및 증거인멸 가능성을 연이어 지적했지만 경찰은 “사유 재산인 게임기를 자기 것이라고 가지고 가겠다는 것을 무슨 수로 말릴 수 있느냐”며 “참고인 진술 외 증거도 사진 말고 동영상이 있어야 완벽한 증거로 채택될 수 있다”는 알쏭달쏭한 해명만 늘어놓았다. 특히 기자가 현장에 잠입할 당시 경찰에 문자 메시지까지 보냈어도 이를 외면했던 경찰이 언론 보도가 오히려 단속에 방해가 됐다고 핀잔을 줬다.
지난 6일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경북지방경찰청은 이곳과 관련된 안동서의 일체 자료를 넘겨받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그동안 불법사행성게임장으로 `태평성대`를 누린 문경지역 업자들과 조폭 개입, 경찰과의 유착여부 등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안동경찰서가 처음부터 강한 척결의지와 함께 철저한 직업의식만 발휘했었다면 사태가 이런 모양새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어설프게 닭을 쫓다 지붕만 쳐다본 처지가 된 안동경찰서를 두고 시민들은 크게 실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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