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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5-03 23:31 게재일 2011-05-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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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신 / 객원 논설위원 로타리 코리아 차기위원장
우리나라 5월은 골프치기에 가장 알맞은 계절이다. 일주일에 한번쯤 골프장 잔디를 밟는 것 같은데 싱글핸디를 유지하는 주말골퍼일 경우는 반드시 남이 하지 않은 준비물이 있다. 커닝페이퍼 같은 일기장을 갖고 있다.

티샷하기 전 그 골프장 18홀 코스의 특성을 깨알같이 적은 커닝페이퍼를 가슴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골프코스를 정확히 알고 공략하면 두려울 것이 없다는 것.

그런 골퍼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프로 골퍼가 명언으로 남긴 골프격언도 줄줄 외우고 다닌다. “대지(大地)를 그립으로 생각하라”, “하늘 위에 떠있는 저 구름을 치시지요” 잔뜩 겁을 먹고 스윙하는 사람과 작전을 중요시 여기는 프로골퍼의 조언이다.

미국 LPGA투어에서 15년간 72승을 올린 애니카 소렌스탐은 “기록의 여제”로 불린다. 2008년 홀연히 은퇴를 할 때까지 올해의 선수상만 8번을 받고 수많은 기록을 갈아치워 여왕이 아닌 `여제`란 칭호를 받았다. 그녀의 노트북을 열면 데뷔 첫해인 1987년부터 경기관련은 물론 골프장의 특성, 자신이 실수한 순간까지 촘촘히 기록돼 있었다.

LPGA투어 생활 첫해의 라운드 당 평균 77.57타를 쳤던 소렌스탐은 88년 69.99타를 쳐 마(魔)의 70타 벽을 깰 수 있었던 과정이 일기장에 고스란히 담겨 `보물 1호`가 됐으며 여제란 찬사를 받게 한 입신(入神)의 무기였다.

그렇지만 말처럼 되지 않는 게 골프의 마력이다. 누구나 경험하는 사실이지만 초보시절 1번 홀 드라이브 샷은 입사시험을 볼 때 보다 더 떨린다. 프로는 절제 넘치는 각이 살아있는 반면 주말골퍼의 공은 알을 밴 개구리처럼 잔디밭을 데굴데굴 구른다. 특히 첫 홀을 잘 넘기기가 쉽지 않다.

이런 골퍼에게는 `나토(Nato)`에 가입하라는 농담 반 위로반의 권유를 어김없이 받는다. 골프장에서의 나토는 북대서양조약기구가 아니라 “결과에 매달리지 말라!”(Not attached to outcome!)는 영자 머리글자를 딴 말이다.

요즘 만들어지는 골프장에는 골퍼들에게 정신적으로 쉬고 갈 수 있도록 다양한 조형물을 설치해 두었다. 해저드 어귀에 둔 남근(男根)석은 웃고 갈만하다. 정신적 섹스를 통해 가볍게, 즐겁게 공을 치도록 유도하는 시설물이다.

우리나라 골프장에는 금잔디 등 난지형이 주로 심어져 있다. 난지형은 잔디조직이 강해서 볼을 받쳐주기 때문에 걷어 쳐도 되나 국내에서 양잔디로 통하는 한지형은 볼을 받쳐주는 힘이 약해서 골프공이 바닥에 달라붙어 있다. 이럴 경우는 찍어 쳐야하기 때문에 주말골퍼는 이런 골프장에 가면 점수가 서너 점 더나온다. 걷어 칠 때 보다 힘이 더 들고 뒤땅을 치기 때문이다.

골프는 어느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기술로 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 심연(深淵)에 침잠(沈潛)하는 것. 그래서 골프공 하나에 마음을 집중하고 몰입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골퍼는 대체적으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진다.

골프 황제로 대접받던 아널드 파머는 공격적인 코스공략으로 이름을 날린 반면 잭 니클라우스는 파머와는 대조적인 스타일로 유명하다. 지금도 80을 넘긴 파머의 샷은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공격적이다. 연습 스윙도 거의하지 않고 시원스런 샷을 뿜어내는 반면 잭은 신중함이 지나쳐 연습 스윙을 서너 차례나 해 골프 팬이 적었다.

골프선수라면 누구나 메이저대회에서도 상금이 많고 가장 화려한 PGA 마스터스대회에 나가고 싶어 한다. 출전의 기회를 얻은 선수들에겐 세기적 가슴 벅찬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 대회가 얼마 전에 끝난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날골프장에서 열리는 마스터스다. 이 대회에서 잭 니클라우스, 아놀드파머, 닉팔도, 타이거 우즈 등이 그린 자켓을 입으면서 세기적 명성을 얻었다.

한국인 일부는 이런 좋은 운동을 하면서도 욕을 먹는다. 필리핀에서는 한국 관광객 70%가 도박 골퍼나 섹스 관광객으로 취급받는다. 실제로 한 골프장은 한국인의 회원권 점유율을 20%를 넘기지 않겠다는 원칙을 두고 있을 정도다. 베이징 공항 근교의 한 골프장이 한때 한국인 입장을 금지시킨 사례는 지금까지 회자되는 얘기다.

한국인 골퍼는 떠들고 내기를 해야 되고 캐디를 경기보조원으로 보지 않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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