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전폭적 지지 없을땐 자칫 `독배`
더욱이 2일로 예정돼 있던 원내대표 경선을 6일로 연기하고 이날 의원 연찬회를 열어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 등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일 계획이며, 현재 당내에서는 `세대교체론`과 `박근혜 역할론` 등이 나오고 있다.
우선 재보선 패배로 친이계 주류가 다시 당 간판이 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박 전 대표가 당 운영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박근혜 역할론`의 핵심이다.
정몽준 전 대표는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도록 한 현행 당헌·당규를 개정해서라도 대권주자들이 당권 도전을 비롯해 당 운영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사실 박근혜 역할론이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2009년 당·정·청 쇄신론 속에서도 `박근혜 총리론`이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패배로 쇄신론이 불거졌을 때도 박 전 대표 역할론이 부상했다가 소멸했다.
홍준표 전 원내대표는 “지금은 박근혜 시대”라고 했고, 수도권 소장파 김성식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지금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는 당내 이견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박근혜 역할론이 전보다 절박감을 띄고 있다고 해서 곧바로 박 전 대표의 등판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박 전 대표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것에 대해 친이계는 여전히 견제 심리를 갖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등판이 당내 갈등으로 연결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표가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친이재오계로 분류되는 김용태 의원은 지난달 29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박 전 대표의 추대는 반대한다. 추대방식으로 한 사람에게 모든 운명을 거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 한 명이 끌어가는 방식이 아니고 잠재적인 대선 후보들이 전면에 나서 비전을 보여주면서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박계는 그동안 당 운영에서 철저하게 배제됐다는 상실감을 갖고 있다. 친박계는 스스로를 `여당 내 야당`으로 부르기도 한다. 박 전 대표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일정 부분 협조를 했지만, 당 운영은 지도부가 하는 것이라며 선을 그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등판하려면 실질적인 당권의 보장 등 친이계의 전폭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친이계 주류의 협력이 없다면 박 전 대표가 조기 등판했다가 상처만 입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 역할론에서 중요한 것은 친이계 주류의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한구(대구 수성갑)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박 전 대표가 나서는 모습이 국민들한테 무조건 좋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박 전 대표가 나서더라도 당이 분열상을 보이면 오히려 더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중요한 것은 “당의 화합”이라며 “대전제는 국민들로부터 안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친이 주류 핵심), 그동안 기득권을 누려온 사람들은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판을 벌려서 그 안에서 같이 경쟁하자는 것은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이다.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사람들도 한 번 나와서 해보자는 게 국민들한테 설득력이 있겠냐”고 말했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