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히 날아오르는 독수리 떼
허공에 무덤들이 떠간다
쓰러진 육신의 집을 버리고
휘발하는 영혼아
또 어디로 깃들일 것인가
삶은 마약과 같아서
끊을 길이 없구나
하늘의 구멍인 별들이 하나 둘 문을 닫을 때
새들은 또 둥근 무덤을 닮은
알을 낳으리
인류의 역사는 삶과 죽음의 연속선에서 이뤄진다. 영혼이 휘발해 깃들일 곳이 없어도 인간의 삶은 끊을 길이 없이 이어진다. 주검을 포획하는 독수리는 또 죽음을 전제로 새로운 생을 낳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생은 힘들다고 벗어 던져버릴 수도 없는 것이며 피할 수도 없는, 짊어지고 가야할 운명이고 업보인 것이다. 그래서 인생에게는 무상감과 허무감이 끝없이 밀려오고 밀려가고 또 오는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