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관의 눈물에는 두 가지 다른 성분이 섞여 있다. 하나는 용서라는 묘약이고 다른 하나는 철퇴라는 극약처방이다`
최근 포항시의 확대간부회의에서, 또 정례석회에서 박승호 시장님께서 `읍참마속(泣斬馬謖)`이란 용어를 썼다. 더 큰 목적을 위해 자기가 아끼는 사람을 버렸다는 뜻이다. 중국 촉나라 제갈량이 군령을 어기어 가정(街亭) 싸움에서 패한 마속을 눈물을 머금고 참형에 처하였다는 데서 유래한다.
눈물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대개 감성이 풍부한 여자들이 눈물을 잘 흘린다고 한다. 남자들은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고 안 보이는 곳에서 가끔 가슴으로 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남자인 감사관은 어떨까? 대체적으로 감사관의 눈물은 누구를 처벌해야 한다는 전제를 많이 깔고 있다. 일 안 하는 공무원, 부도덕한 공무원, 나쁜 짓 하는 공무원을 처벌할 때도, 아주 열심히 일하려다 접시를 깨트리는 공무원을 문책할 때도 눈물을 흘린다. 단지 그 눈물의 성분이 다를 뿐이다.
4월26일은 포항시 감사관으로 일 한 지 일년이 되는 날이다. 그동안 포항시 공무원들을 무던히도 괴롭힌 것 같다. 사실 행정안전부의 조사관들은 지방공무원들에게 때로 저승사자로 통한다. 한번 걸리면 그대로 지옥행이라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행정안전부 조사관으로 활동하다가 포항에 왔을 때 아마 저승사자 한 마리 왔다고 수군거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눈물이라고는 티끌만큼도 없는 냉혈한 그 자체로 받아들였을 법하다.
실제로 저승사자 역할을 자처했다. 작년 12월1일부터 부서 및 부서장 책임제를 꺼내 들었다. 음주운전이나 성추행 등으로 공직의 품위를 손상시킨 공무원에게는 가차없이 대기발령을 내렸다. 또 주차단속이나 잡상인 단속, 불법광고물 철거 등 현업부서에서 석 달을 일 한 후 하위부서로 전보조치 했다. 이와 함께 소속부서에는 일정기간 인력을 충원시키지 않음으로써 부서원들이 고통을 분담해야만 했다.
그리고 올해 1월1일부터는 감히 생각하기도 힘들었던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다. 금품수수, 향응, 알선수뢰, 공금 횡령 및 유용 등 5대 비리로 적발되면 부서 및 부서장 책임제는 물론 당사자를 형사고발하고 중징계를 요구함으로써 더 이상 공직에 발을 못 붙이도록 했다.
8:2의 법칙이란 게 있다. 개미의 세계에서는 일하는 20%가 나머지 80%의 노는 개미를 먹여 살린다는 의미다. 흥미로운 것은 일하는 개미 20%만을 따로 뽑아 새로 집단을 만들어주면 열심히 일하던 개미의 80%는 다시 빈둥거리기 시작하며, 열심히 일하는 개미 20%가 치열한 전투 끝에 전멸한다면 그 동안 놀고 있던 개미 중 20%가 자발적으로 일을 한다는 것이다.
80%를 먹여 살리기 위해 20%가 열심히 일하듯이 누군가는 또 규율을 위반하기 마련이다. 부서 및 부서장 책임제,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로 단 한 명의 공무원도 피해를 입지 말아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눈물이 흐를 수밖에 없다. 밤새도록 고민하면서 가슴으로 쏟아낸 눈물이 청렴의 씨앗이 되기를 바란 것이 잘못일까.
공무원이라면 퇴직하는 순간까지 불미스러운 일 하나 없기를 꿈꾸고 또 그것을 최고의 명예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주변 환경은 그리 녹녹치 않다. 타의에 의해서도 어느 순간 굴욕의 늪에 빠져들 수가 있다. 청렴이 몸에 배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감사관의 눈물`, 결코 흘려서는 안 될 것 같다. 감사관이 눈물을 흘리면 누군가는 피눈물을 흘릴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흐르는 눈물은 어쩔 것인가. 청렴이라는 열매를 수확하기 위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