갔습니다
아직 삼월이 덜 끝난 자리에 목련의 낙화가
대숲으로 발길을 이끌었습니다
....(중략)........
한쪽 팔을 길게 뻗어
석탑 속에 숨겨진 적요를
훔칩니다
손바닥에 안겨드는 먼지 속 기억들이
열두 대문 사랑채의 문설주에서
그를 불러내고 있었습니다
`키 작은 나무의 변명`(2001)
따스한 봄날 시립박물관에서 쓴 이 시는 삼월의 시린 풍경에 머물러 있지 않다. 시인은 `석탑 속에 숨겨진 적요`를 훔쳐내고 `그`를 불러내고 있다. 시인이 불러내고있는 그는 누구일까. 아마도 그이 사랑하는 사람이거나 사물이거나 어떤 이념이거나 정신일 수 있다. 그와 소통하고 싶은, 그와 사랑을 이루고 싶은 조용한 열망이 시 전체에 흐르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