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본사 이전`을 둘러싸고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기 때문이다.
최양식 시장을 지원하는 도심권단체가 연일 한수원 본사 이전을 `지지`하는 세과시를 하고 있다. 반면 양북면 일부 주민들은 한수원 본사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반대시위를 하는 등 공기업 이전과 관련된 갈등의 현장이 경주의 현주소다.
한수원 본사 이전 싸움을 어찌 보면 26만 시민들을 대표하는 시장과 이를 반대하는 전 시의원 간의 `한판 싸움`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성하다. 이미 붙은 싸움에서 양측 장수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그런데 실전에서는 막상막하다.
한수원 이전을 주도하는 최 시장은 노무현 정부 때 행자부 차관을 지낸 전형적인 엘리트 관료 출신이다.
그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주영 참사, 청와대 근무, 행자부 인사국장, 대학 총장 등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리고 현재 1천500여명의 경주시청 직원 인사권과 연간 수천억 원대의 예산 집행권을 가진 그임에도 수백명의 지지세를 보유하고 있는 전 시의원에게 끌려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가 금기시된 한수원 본사 이전을 다시 끄집어냈기 때문이고, 이를 두고 시중에서는 `한수원 2차 대전`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그가 위험한 도박을 개시한 것은 분명히 일리가 있다.
경주는 허울뿐인 관광도시다. 수십 전까지만 해도 신라 천년고도를 배경으로 한 관광산업이 지역경제의 주축이었다.
이마저 관광산업 개발 부재로 지역경기가 침체되고, 인근 울산이나 포항에 비교하면 볼썽 사나울 정도로 초라하다.
때문에 경주시민은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한 대안으로 방폐장을 선택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 과정은 `발전`이라는 수식어는 온데간데 없고 수년간 `갈등`으로 보낸 세월만 해도 5년간이다.
이는 한수원 본사 입지 때문이다.
이 공기업의 입지 선정이 잘못됐다는 것은 경주시민과 한수원 측 모두 공감하는 사실이다. 이 공기업의 도심권에 착륙했을 때 최 시장의 향후 입지를 당연히 보장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역 최대현안인 공기업 이전만은 자신의 뜻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측은하기까지 하다.
그렇지만 그는 여기에다 시장 직(職)을 걸었다. 최 시장의 당초 구상에 찬물을 끼얹은 이가 양북면 김상왕씨다. 전 시의원인 그는 60을 넘기도록 양북지역에서 맹주로 군림하고 있다. 그의 이력을 보면 월성원자력이 이 지역 첫 사업을 시작했을 때인 30대 초반부터 이 지역 `반핵` 운동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는 화려한 경력, 학력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인구 4천500여명인 양북면에서 수십 년간 대표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한수원 본사 이전 뿐 아니라 월성1호기 수명연장, 방폐장 조성 등 원전관련 사업에 있어 그의 말 한마디에 따라 추종세력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한편으로 봤을 때 그의 추종세력은 전체 주민이 아닌 불과 수백 명에 불과한데도 거대 기관인 경주시나 한수원 측 대응방법은 속수무책이다.
따라서 김상왕씨를 중심으로 한 세력이 한수원 본사 이전이나 원전사업자 측에 대한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것이 현재 분석이다. 이런 그의 절대적 위상은 최 시장이나 도심권 주민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연일 목이 쉬도록 한수원 본사 이전을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김상왕씨와 그 세력들은 콧방귀조차 뀌지 않는 등 자신들의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를 정리하자면 경주지역 미래 생사는 이들(시장과 전 시의원) 손에 달렸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 또한 `싸움`인 것이다. 그래서 싸움을 하면 3자가 말리던, 중재를 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거간꾼`이 나타나지 않아 더욱 안타깝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