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을 맞은 지금 지방의회의 공과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좋은점 보다는 비판의 날이 앞선다. 과거 명예직일때보다 못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심지어 지방자치 발전에 지방의회는 걸림돌이라는 혹평도 간간히 들린다. 특히 정당공천제가 도입되면서 지방의회는 주민들로부터 점차 멀어지고 있다. 공천권을 행사하는 국회의원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로 옥죄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공천장사라는 말까지 횡행하는 이유도 그런데 있다. 여기에다 의원들의 잇단 비리는 지방의회를 더욱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이쯤되면 의원 못해먹겠다는 소리도 나올법한데 아직까지 그런 의원은 없다. 오히려 의원직에 목숨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방의회가 이처럼 홀로서기를 하지 못하고 국회의원의 아류쯤으로 전락한데는 지방의원 스스로의 책임이 크다. 성년이 됐으면 성년답게 자기 목소리도 내야 한다. 말로만 성년이 됐다고 떠들어대는 모습은 볼썽 사납게 느껴질 뿐이다. 공천을 원치 않는다면 분명한 의사표시를 해야한다. 지방자치의 힘은 국민에서 나온다. 제대로 의사가 전달되지 않는다면 국민투표도 있다. 국민을 믿어야 한다.
국민의 힘을 얻기 위해서는 지방의회가 바로서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국민의 뜻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얘기다. 지방의회의 역할론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라면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다. 견제와 감시가 없다면 지방의회는 죽은 조직이나 다름없다. 성년이 된 지방의회에 묻고싶다. 진정 지방의회가 견제와 감시라는 제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며칠전 아침출근시간에 포항시의회 이상구 의장이 라디오에 출연해 명품의회라는 표현을 썼다. 포항시의회가 명품이라는 얘긴데 자신이 소속된 의회 자랑치고는 지나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뭐 그럴수도 있다 싶다. 포항시의회는 전국에서 주목받는 의회인 것 만큼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의원숫자면에서도 그렇지만 현 의장이 전국의장협의회 회장까지 선출되면서 전국에 그 명성을 알리고 있다.
포항시의회가 명품의회면 포항시도 명품도시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도시는 짝퉁인데 의회만 명품이라면 의원들의 능력을 높이 살수 밖에 없다. 의회가 명품이라고 하니 분명 포항시도 포항시민도 명품도시, 명품시민임이 틀림없다.
명품도시여서 나쁠 것 없다. 문제는 명품도시, 명품의회, 명품도시에 걸맞는 위상을 갖추었느냐에 달려 있다. 올해 큰딸이 대학에 갔다. 기숙사에 들어가서 놀랜 것이 있었다. 전국에서 모인 학생들이지만 포항이라는 도시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잘모르더라는 얘기에 본인이 꽤 놀랜 모양이다. 필자도 듣고 놀랐다. 아마도 잘모를때는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만 그럴수도 있다 싶다. 경북지역 주민이 전라도의 도시를 잘 모르듯이 그들도 경북지역을 잘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
명품의회라는 표현을 폄하하고 싶은 마음은 절대 없다. 그러나 표현에는 당위성과 절제력이 담겨 있어야 한다. 명품이라면 명품다운 모습을 갖추는 것은 우선이다. 과연 포항시의회가 집행부정책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끊임없이 잘 하고 있었는지 자기자신에게 한번 물어봤으면 어떨까 싶다.
무늬만 명품이라면 그것은 짝퉁에 불과하다. 명품을 위해서는 자신을 단련해야 한다. 최고가 되기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희생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명예직으로 시작한 지방의회가 이제는 월급을 받는다. 직업란에 의원이라는 단어가 각인되기 시작한 것이다. 명품의회 포항시의회를 넘어 대한민국 지방의회가 명품화하는 시절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아무튼 지방의회 20년을 축하면서 내친 걸음 포항시의회가 한단계 성숙된 명품의회로 더욱 거듭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