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도 허가없이 국경을 넘는 것은 중죄였다. 불법 월경(越境)은 사형에 해당되었다. 그래도 조선 후기가 되면서 불법 월경자가 늘어났다. 그때 우리 영토를 내지(內地)라고 불렀다. 영토 밖으로 가는 것은 출경(出境)이라고 했다. 나간다는 뜻이다. 당연한 일이다.
일본이 우리 땅을 강점하고 있던 시대에 조선에 와 있던 일본인들은 일본 땅을 내지(內地)라고 불렀다. 일본인이 그렇게 부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조선인들도 일본을 내지라고 불렀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우리가 일본의 지배를 받고 있었으니, 훌륭한 일은 아니었지만 조금은 이해가 될 수도 있었다.
요즘 어떤 이들이 `미국에 들어간다`고 말하는 것을 자주 본다. 미국에 유학 다녀 온 분이 그런 말을 했다. 지금이 미국 식민지 시대도 아니고, 미국이 민족적으로 우리의 모태국가도 아닌데, 어떻게 미국으로 들어갈 수가 있을까. 유학(遊學)이란 본토를 떠나 공부하러 간다는 뜻인데, 그것은 나가는 것이지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라도 우리는 미국으로 나가야지 들어가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미국 입국수속 장면에서나 들어간다는 말을 혹시 쓸 수 있을지 몰라도, 미국에 간 장면 모두에 대해 들어갔다고 할 수는 없다. 물론 미국인이라면 미국으로 들어가는 것이 당연하다.
사회의 지도자들이 미국에 `들어갔다`고 하는 것을 보면, 저분들이 혹시 미국을 모국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더러 미국에 자주 다녀오고 미국에 익숙하고 미국을 개인적으로 더 좋아하시는 분이 있다고 해도, 식민지가 아닌 독립국에서 미국에 들어가신다는 분들을 보는 것은 편한 일이 아니다. 미국은 타국이다. 미국으로 가는 것은 나가는 일이다.
/可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