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지방`은 어디인가? 어느 지방을 가리키는 말인가? 앞에 지역명을 쓰지 않고 그냥 지방이라고 하는 것은 정확한 언어가 아니다. 정확하게는 (서울에 있는) 가정에서 (서울 아닌 지역에 있는) 지방으로 전화를 한다는 뜻일 것이다. 혹시 이 지방에서 저 지방으로 전화한다는 뜻으로도 쓸 수 있겠다.
걱정하는 것은, 서울을 제외한 모든 국토와 거주지가 일괄하여`지방`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현재 우리말을 보면 서울이 아니면 모두 지방이라는 말로 불린다. 이렇게 구별되어 쓰이는 지방이라는 말은 필연적으로 차별을 내포한다. `지방 발령`은 좌천으로 읽히고, `지방 대학`은 하위권 대학으로 이해되고, `지방 기업`은 경쟁력이 낮은 것처럼 느껴진다. 심지어 사석에서`지방 방송`은 거의 헛소리라고 쓰이기도 한다.
이것은 틀린 것이다. 서울은 모든 우월한 것의 집합소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구성되어 있고, 그 중에 소중하지 않은 곳은 한 뼘도 없다. 그 모든 곳에 사는 사람들과 이야기는 다 중요하다. 지방이면 서울도 지방이다. 국토의 작은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지방일 뿐이다.
명절이 되면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들은 다 지방으로 간다고 한다. 심지어 `시골`로 간다고도 한다. 포항은 시골이 아니다. 그런데 서울 사람들은 부산에 할아버지가 사시는 집도 시골집이라고 한다. 우리는 인구 50만이 넘는 도시에 살아도 뜻밖에 시골사람이 되는 것이다. 알 수 없다, 이런 불평을 하고 있다는 것이 스스로 시골사람임을 드러내는 것인지.
/可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