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건강보험 개혁 노력을 향한 비판의 근저에 인종문제가 개입돼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뼈있는 농담으로 응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일 CBS방송의 데이비드 레터맨이 진행하는 심야토크쇼인 `더 레이트 쇼`의 녹화에서 “내가 대선 이전에는 사실 흑인이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레터맨은 “(그렇다면) 얼마 동안이나 흑인이었죠?”라고 반문, 또 한차례의 웃음을 불러왔다.
오바마의 이런 농담은 대통령이 된 이상 피부색을 초월한 미국의 지도자로서 인종갈등을 풀어야 하는 존재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피부색을 바꿀 수는 없지만 대통령이 된 자신을 인종문제와 결부시켜 논란을 키우는 것은 곤란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오바마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비롯한 몇몇 인사들이 인종차별적인 편견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한 데 대해 “이러한 인식은 흑인인 내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으로 선출됐다는 사실과 배치되는 것”이라면서 흑인인 자신이 대통령으로 뽑혔다는 사실은 미국이 어디쯤 와 있는지를 잘 설명해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판에 뛰어든 이상 사람들의 비판을 받기 마련이라면서 “대통령이 중대한 변화를 이루려 할 때마다 국민 가운데 화를 내는 사람들이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며,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고 말하고 뉴딜정책을 펼쳤던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비롯해 존 F.케네디, 로널드 레이건 등 전직 대통령들도 이런 일을 겪었다고 말했다.
최근 카터 전 대통령이 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에 관한 의회 연설 때 고함을 치며 연설을 방해한 공화당의 조 윌슨 하원의원의 행동에 대해 “인종차별에 바탕을 둔 행동”이라고 비난한 데 대해 백악관의 로버트 기브스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흑인이라는 점 때문에 비판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