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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하늘

可泉 기자
등록일 2009-09-22 20:05 게재일 2009-09-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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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선들선들해지면서 하늘이 높아졌다. 사실은 하늘이 높아진 것이 아니라, 공기 중의 수증기 입자가 적고 미세해지면서 대기의 투명성이 높아져서 그렇게 보인다고 하지만, 과학자가 아닌 우리 눈에는 하늘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애국가에서도 가을하늘이 공활(空豁)하다고 칭송하고 있다. 확실히 한국의 가을하늘은 보배다.

몇년 전 가을에 우연히 캐나다에 갔었다. 로키산맥을 넘다가, 세상에는 한국의 가을하늘보다 더 푸르고 맑은 하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발 수천미터의 산맥에 자리잡은 호수 위에 그림처럼 솟은 침엽수들과 파란 하늘이 떠 있는 광경은, 그것이 우리 하늘보다 더 아름다운 것 같아서 좀 속상했다. 왜 우리 교장선생님들은 우리나라의 가을하늘이 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셨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도가 터졌다. 우리 하늘이 첫째로 아름다운지 둘째로 아름다운지는 아무 생각거리가 아니다. 문제는 하여튼 우리 하늘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남이 얼마나 아름답든지, 혹은 우리보다 더 아름답든지, 우리 하늘은 아름답다.

우리가 속상하는 일들 중에서 대부분은 이런 일이다. 내가 사랑하는 내 아이가 내게 가장 소중한 아이이다. 이웃집 아이가 혹은 엄마 친구의 아이가 아무리 공부를 잘하고 얼굴이 잘 생겨도 그 아이는 남의 아이일 뿐이다. 명절에 만나는 친척들이 아무리 아들 자랑을 하고 내 아들이 못나 보여도, 그것이 내 아들의 소중함을 흔들 수는 없다. 내 아들은 그 자체로 장하고 소중하다.

우리 가을하늘은 하여튼 아름답다. 특히 바닷가에 자리 잡아서 수증기가 많은 포항의 저녁노을은 환상적이다. 흥해 들판에서 비학산에 펼쳐진 노을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포항에 살기를 잘 했다.

/可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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