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가을에 우연히 캐나다에 갔었다. 로키산맥을 넘다가, 세상에는 한국의 가을하늘보다 더 푸르고 맑은 하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발 수천미터의 산맥에 자리잡은 호수 위에 그림처럼 솟은 침엽수들과 파란 하늘이 떠 있는 광경은, 그것이 우리 하늘보다 더 아름다운 것 같아서 좀 속상했다. 왜 우리 교장선생님들은 우리나라의 가을하늘이 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셨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도가 터졌다. 우리 하늘이 첫째로 아름다운지 둘째로 아름다운지는 아무 생각거리가 아니다. 문제는 하여튼 우리 하늘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남이 얼마나 아름답든지, 혹은 우리보다 더 아름답든지, 우리 하늘은 아름답다.
우리가 속상하는 일들 중에서 대부분은 이런 일이다. 내가 사랑하는 내 아이가 내게 가장 소중한 아이이다. 이웃집 아이가 혹은 엄마 친구의 아이가 아무리 공부를 잘하고 얼굴이 잘 생겨도 그 아이는 남의 아이일 뿐이다. 명절에 만나는 친척들이 아무리 아들 자랑을 하고 내 아들이 못나 보여도, 그것이 내 아들의 소중함을 흔들 수는 없다. 내 아들은 그 자체로 장하고 소중하다.
우리 가을하늘은 하여튼 아름답다. 특히 바닷가에 자리 잡아서 수증기가 많은 포항의 저녁노을은 환상적이다. 흥해 들판에서 비학산에 펼쳐진 노을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포항에 살기를 잘 했다.
/可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