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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의 품질

可泉 기자
등록일 2009-09-21 20:44 게재일 2009-09-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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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가까워지고 있다. 우리는 명절이 다가오면 마음이 즐거워진다. 보고 싶던 가족과 친척을 만나고 그립던 친구들을 볼 수 있다는 즐거움에 먼저 마음이 들뜬다. 추석은 본디 농경사회의 명절이었다. 한 해의 농사일을 거의 마치고 추수를 눈앞에 보면서, 뿌듯한 행복감으로 보름달을 쳐다보는 기쁜 절기였다. 그러나 현대로 오면서 우리가 농경사회의 여러 관습을 버렸다. 그런데도 추석을 버리지 않고 즐긴다는 것은 참 다행이다.

명절의 본뜻은 감사와 나눔이었다. 신곡(新穀)으로 천신(薦新)하는 것은 조상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었고, 절식(節食)이나 세찬(歲饌)으로 어른과 이웃을 섬기는 것은 나눔의 실천이었다. 이 날만은 상하와 좌우가 함께 즐겁고 단란하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었다.

명절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것이었다. 내가 감사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하나님과 조상의 은혜를 잊지 않는 것에서부터, 가족과 친척의 고마움을 잊지 않는 것이 먼저이다. 쓸데없는 과장과 자랑으로, 혹은 지난 일에 대한 비난으로 명절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바보들이다. 다음으로 할 일은 나눔이다. 내가 돌아보아야 할 이들은 누구인가. 이웃과 친척의 괴로움을 다시 한 번 위로하고 보살필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우리 선인들은 명절이 되면 특히 배고프고 외로운 이들을 돌보게 하셨다. 존경하는 경주의 어떤 가문에서는 사방 백리 안에 굶는 이가 없게 하라는 가훈까지 있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만이 아니라, 마음이 외로운 이들까지 돌아보고 찾아주는 명절을 보내라는 것으로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 명절에 우리가 마음을 기울여야 할 이들은 누구인가. 우리 이웃 중에는 먼 나라에서 시집와서 몇년동안 친정에도 못가고 낯선 명절을 맞이하는 새댁들도 있다. 우리의 관심은 더 세밀해야 한다. 명절을 앞두고 생각하고 싶다. 명절을 보내는 데에도 품질이 있다.

/可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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