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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미학(美學)

슈퍼관리자
등록일 2009-09-11 22:30 게재일 2009-09-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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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향시인·前 경북도 의원
제법 시원한 소슬바람이 볼을 스치며 운동하기 좋은 계절, 가을은 어느새 우리 곁에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다.

무엇이 옳고 그름을 논하기보다 순수한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싶은 계절이다.

“덥다, 더워”를 노래처럼 연발하다가 아침, 저녁으로 시원한 바람 맞으며 운동 길을 나서는 기분은 정말 상쾌하고 신선하다.

풀벌레가 가을을 노래하고 풀 섶 이슬이 반짝이며, 스쳐가는 바람 소리에 다람쥐 뛰어오르는 새벽 내 고향 남산 공원은 시민들의 사랑 터다.

삶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재산, 자연이 주는 가장 큰 유산이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유산이라도 가꾸고 지키지 않으면, 그 가치나 아름다움은 금방 사라지고 만다.

소중한 가치를 알기에 우리 모두 자연을 사랑하며 지켜나가자고 강조하지만, 갈수록 환경오염이 심각해 자연은 몹시 지쳐 신음하고 있다.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 찾았던 전국 유명한 관광지, 산새가 뛰어난 계곡, 바다 등등엔 휴가의 흔적으로 곳곳은 지금 몸살을 앓고 있을 것이다.

물론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은 쓰레기는 되가져오고 앉았던 자리도 스스로 치웠겠지만, 일부 양심 없는 사람들은 자신이 오염시키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깨끗한 곳만 찾아다니며 자연을 아프게 했을 것이다.

필자는 새벽 동이 틀 무렵,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남산공원으로 운동을 간다.

어둠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각이지만 어르신들은 벌써 내려오시는 분도 계신다.

가는 길에 만나는 자연,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인사 나누는 기쁨은 하루를 시작함에 있어 정말 행복함을 느낀다.

우레탄을 깔아 만든 4킬로미터나 되는 트랙과 운동기구, 갖가지 꽃들과 식물들, 온갖 새들의 노래를 들으며 체력을 단련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동안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에서 사용하는 사람이 많으면서도 가꾸고 다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대부분의 운동마니아들과 젊은 사람들은 오로지 자신의 건강을 위해 운동만을 목적으로 새벽공기를 가르며 걷고 있을 때, 어디선가 기계소음이 들려 왔다.

칠순이 훨씬 넘은 어르신이 제초기를 등에 지고 풀을 깎아 놓으면, 한 분은 깎아 낸 풀을 쓸어 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허리를 굽혀 버려놓은 쓰레기를 줍고 있는 어르신, 하루도 그르지 않고 작은 빗자루 다 닳도록 등산로 청소하시는 어르신의 모습은 곱디고운 노을빛이었다.

바로 이것이 참다운 환경 지킴이 자원봉사라는 생각을 하면서 노년의 즐거움도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며, 황혼의 아름다움이야말로 값진 교훈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 선포를 한 것은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환경보호, 기술개발 및 관련 산업육성 등을 통하여 국민의 건강, 쾌적한 생활과 지속 가능한 인류의 발전을 추구해 나가기 위해서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지구촌의 깨끗한 환경을 가꾸고 지키는 일은 우리 모두의 몫이므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앞당기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거창한 구호보다는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국민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라도 실천해 나가는 것이 환경을 지켜나가는 기초가 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백발의 어르신이 현대화된 기계를 지고 활기차게 자연을 사랑하며 가꾸는 모습, 그 자체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활동이며 순수예술이다.

예술이란 인간이 수행하는 많은 활동 가운데 사물의 창조와 같은 특수한 활동을 지시하는 개념이며, 미(美)는 진(眞), 선(善)과 더불어 인간이 추구하는 많은 가치 가운데 하나를 지시하는 개념이다.

어르신들의 자연사랑 정신이야말로 가치 있는 진정한 미학(美學)이 아닐 수 없다.

섬김을 받아야 할 연세에도 불구하고 삶의 터전을 지켜 왔으며, 끊임없이 봉사하는 즐거움으로 솔선수범하는 어르신들의 산교육을 이어받아 우리 스스로 청정한 환경세상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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