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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면경(八面鏡)

可泉 기자
등록일 2009-09-07 21:41 게재일 2009-09-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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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은 좋은 것이다. 전에는 하도 귀해서 조각난 것 하나를 겨우 얻어 얼굴을 비췄었는데, 지금은 온 길거리가 거의 거울로 뒤덮여 있다.

훨씬 더 똑똑해진 거울로 자신의 뒤통수를 볼 수도 있다. 거울로 큰 것을 작게 볼 수도 있고 작은 것을 크게 볼 수도 있다. 거울은 참 편리한 것이다.

그러나 거울은 두려운 것이다. 거울이 편리하다고만 여기는 것은 참으로 그 두려움을 모르기 때문이다.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수척하고 볼품없는 몸을 마주보거나, 못난 얼굴에 피곤한 표정을 하고 있는 자신의 얼굴을 보면, 스스로도 눈길이 돌려진다. 흐트러진 옷차림으로 남의 앞에 섰거나, 잇새에 고춧가루를 끼운 채 입을 벌리고 웃었다가, 거울 앞에서 혼자 얼굴을 붉힌 적이 누구나 있다.

만약 거울이 모습만 비추는 것이 아니라 내면까지 비춘다면 어떨까. 그러면 거울은 참으로 두려운 상대가 될 것이다. 거울의 정직함은 우리를 전율하게 할 수도 있다. 혹시 그 거울이 우리의 행위를 기억했다가 보여준다면 어떨까. 우리는 아마 거울 앞에서 도망치고 말 것이다. 거울이 너무 정직해서, 어떤 이는 거울을 깨 버리고 말 것이다.

본지는 이 난의 이름을 팔면경(八面鏡)으로 한다. 일찍이 팔부 중생을 고루 비추는 보배로운 거울을 얻어 지혜와 자비의 사찰을 열고 보경사(寶鏡寺)라고 했던 선인의 발길을 따라, 우리 포항에 또 하나의 거울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우리 눈이 미치지 못했던 곳에 거울을 들이대서 관심을 돌리고, 화려한 겉모습을 자랑하는 것에도 들이대서 본 모습을 고백하게 하려고 한다.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 너무 바빠서 원래 하려던 일을 잊어가는 우리 모두가,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 정신을 챙기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참으로 거울 앞에 서 있기를 소망한다. 우리가 순간적인 이익과 손해에 눈이 멀어서 어리석은 판단을 하고 있지 않은지, 역사 앞에서 우리 자신을 세워 보고자 한다. 시간이 흐르면 여기서 주고 받는 이야기도 거울 앞에 세울 것이다. 독자 여러분의 참여를 기대한다.

/可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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