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수많은 당파싸움의 근원도 예송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금도 시대만 다를 뿐 금세기 선비들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래서 항간에서는 이번 고 김 전 대통령의 국장(國葬)을 두고 과연 예에 맞는가에 대한 언설이 일어나고 있다. 국장이란?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적을 남긴 사람이 사망한 때에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국비로 치르는 장례이다. 이 점으로만 본다면 고 김전 대통령은 국장으로 행하여도 될법하다.
국장제도의 연원은 가깝게는 조선시대의 국상제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상은 인산(因山)·인봉(因封)이라고도 하며, 태상왕·태상왕비·왕·왕비·왕세자·왕세자빈·왕세손·왕세손비가 그 대상이었다. 대체로 6개월인 국상 기간에는 백성 모두가 상복을 입었고, 장례를 담당하는 국장도감 이 따로 설치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고 김 전 대통령 서거에 국장이 격이 맞았는가? 국장은 대통령이 현직에 있으면서 서거했을 때나 전 국민이 애도하는 분위기 속에서나 행하는 것이지. 자기 스스로 위대하다고 하고, 그 가족이 국장을 원한다고 정부에 요청을 하고, 그래서 정치적으로 특정세력들이 그것을 추구했다면 그것은 예가 아니다.
대통령직을 마치고도 온갖 정치에 간여하다가 85세의 나이로 병원에서 숙환으로 서거한 것은 국장의 분위기가 아니다. 설사 고 김 전 대통령 같은 분은 어디에다가 장례를 치르더라도 국민들이 국립묘지로 다시 모셔올 사람이다. 그런데 무엇이 두려워 동작동 국립묘지에 묻히기를 구차하게 희망하는가?
그래서 이루어진 국장은 너무 허전했다. 명과 분이 잘 맞지 않았다. 그 때문에 고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는 하늘도 슬퍼했고 땅도 슬퍼했으며 이 땅의 산천초목도 울었다.
온 국민들이 조기에 경례를 하고 국장으로 국민들이 참여했다. 여기에는 거의 삼천만 동포가 모두 슬퍼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장으로 장례를 행했으나 조문의 인파가 서울의 거리를 메우고 봉하 마을까지 줄을 이었다. 약 400만명의 애도 인파가 눈물을 뿌렸다. 그러나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에는 전체 70만명 정도 가 조문을 행했다.
텔레비전에서는 국장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 연일 사상최대란 말을 사용했지만 썰렁한 국장의 분위기는 여전하였다. 사상 최대로 많은 사람을 초청하였지만 그렇게 많은 인파가 몰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국장의 분위기는 분에 넘치도록 사치스러웠다. 국가의 돈이 장례식을 치르는데 너무 낭비가 되었다.
중국의 어떤 국가지도자는 시신을 기증하고 자기 몸을 화장하여 바다에 뿌렸고. 어떤 국가주석 부인은 평소 옷 한 벌만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그들은 화려함을 추구하지 않고도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지구촌 사람들로부터 진실한 존경을 지금까지 받고 있다.
태평성대에도 군자가 벼슬에 나아가기 어려운 점이 네 가지 있다. 재주는 스스로 팔아서는 안 되고, 도는 구차히 영합해서는 안 되며, 가까이 있어도 소개하는 사람이 없으면 조정에 들어가지 않고, 멀리 있어도 소개해 주는 사람이 없으면 벼슬길에 나오지 않는다.
국장은 유족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또한 정치적 화합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하여 국장의 예를 남용한 흔적을 지울 수가 없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 하여 국민장으로 장례를 행한 것이 얼마나 지났는가? 이 시점에서 누구는 국장이고 누구는 국민장인가? 누가 더 국민들에게 슬픔을 안겨주었는가? 형평이 너무 어긋난다.
그러나 지금 시대에 무슨 그런 예가 필요하겠냐고 한다면 물론 할 말은 없다.
그리고 고 김전 대통령이 국가에 현저한 공을 남긴 것이 과연 무엇인가? 전체 국민을 화합하기보다는 냉철히 보아서 오히려 분열되었고, 특히 햇볕정책은 오히려 북한의 핵위협과 미사일 발사로 많은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더군다나 서해교전에서 전사한 영웅들은 북을 자극하면 안 된다는 이유로 장례도 성대히 치러 주지 않았다.
참된 민주의 열기가 오히려 특정 정파의 정략으로 왜곡되고 이 땅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국가유공자들과 원로들은 민주화하면 머리를 흔들며 골치 아파한다.
민주화하면 춤이라도 출 정도로 좋아해야 할 터인데 이 땅의 민주화는 왜 그렇게 골치 아파하는 사람들이 많았을까?
지금도 민주화를 외치는 일련의 사람들을 보라. 그들이 추구하는 민주주의를 국민들은 흔쾌히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햇빛정책을 비판했으며 반대했다. 그의 이러한 대북관이 그를 대통령에 당선되게 했다. 국장은 과연 국민들이 원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