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없는 이번 여름이 한편으로는 반갑기 그지없다. 전기료를 걱정하는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일단 무덥지 않으니 좋다. 농민들과 여름 한 철 장사하는 해수욕장 상가관계자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서민 입장에서만 보면 덥지 않은 여름이 싫지 않다. 기상학적인 이유는 일단 접어두자. 밤잠 설치지 않으니 그 얼마나 좋은가.
열대야 없고 춥지도 않은 포항
최근 들어 포항의 겨울은 춥지도 않다. 눈 구경하기는 어려워졌지만 서민들에게 따뜻한 겨울은 또 다른 축복이다.
눈 내리는 아름다운 자연의 겨울선물은 만끽하지 못하지만 서민들에게는 시베리아 북풍한설을 맞는 것보다 낫다. 포항의 여름과 겨울은 그렇게 바뀌어 가고 있다.
며칠 전 지인의 초청으로 점심식사에 초대된 적이 있다. 포항에서 70평생을 보낸 지역의 원로격에 해당하는 몇 분을 만날 수 있었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송도해수욕장이 화제가 됐다. 포스코가 좀 더 남쪽으로 내려가거나 북쪽으로 올라갔으면 포항은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관광지가 됐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포스코가 있어 오늘의 포항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폐허가 되다시피한 송도백사장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들이 전하는 송도백사장과 영일만에 대한 추억은 회한으로 이어졌다.
40여년 전만 해도 영일만은 그야말로 어류의 보고였다고 한다. 동빈내항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어린아이 팔뚝만 한 고등어가 스쳐 지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영일만의 내외에는 고래가 수시로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필자도 어렸을 때 동빈내항에서 상어가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으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들은 그렇게 한참 아래인 후배와 점심을 함께하며 옛 추억을 더듬었다.
필자가 만나는 포항시민 가운데 어떤 이는 포스코가 없어도 포항은 잘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외친다.
포항 영일만항의 경제적 가치는 포스코와는 비교할 수 조차 없다고 주장한다.
연구를 통한 정제된 학문으로서의 가치는 없는 얘기지만 가끔 원로들의 이런 얘기들을 듣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 싶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말에 100% 동의하지는 않는다. 과연 영일만과 송도백사장이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천혜의 관광지인가. 일단 세계적이라는 단어에는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
엘니뇨현상이 어떻고 기후변화가 어떻다고 하는 세상이다.
과연 과거 한국의 산업화시대에 포항 영일만 항과 송도백사장이 우리만 보존하고 가꾼다고 해서 환경이 보존되고 유지됐었을까.
이제 포항은 영일만과 송도해수욕장의 환상에서 벗어날 때가 된 것 같다. 결코 과거와 같은 영일만과 송도해수욕장은 다시 찾기 어렵다. 지금 남아 있는 또 다른 해수욕장이라도 보존에 나서고 관리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포항의 해수욕장 가운데 월포해수욕장은 아직도 청정해역으로 포항시민뿐만 아니라 대구 등 외지에도 많은 사람이 찾아든다.
4계절 바다를 보고 싶은 외지 사람은 이곳 월포해수욕장을 찾는다고 한다.
송도환상 탈피, 월포 개발 서둘러야
여름은 그렇다 치더라도 겨울엔 따뜻한 이곳 포항은 새로운 휴양개념을 도입할 때가 됐다. 이런 날씨라면 외부에서 전지훈련을 오기 안성맞춤이다.
겨울이 따뜻하면 전지 훈련하기 그저 그만이다. 야구든 축구든 포항은 전지훈련의 메카로 만들기 충분하다.
점차 전지훈련을 오는 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전지훈련뿐만 아니라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휴양의 도시로 거듭나도록 만들어야 한다.
송도보존과 개발도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월포, 칠포, 대보를 중심으로 휴양을 위해 체류하는 새로운 관광개념을 도입할 때가 됐다.
이곳 일대에 각종 축구장과 야구장 연수원 등을 개발해 연계할 수 있다면 포항은 눈으로 만족하는 관광이 아니라 휴양을 하며 체류하는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다.
추억에서만 머물다 보면 발전은 기대 할 수 없다. 새로운 변화와 도전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