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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국회의원 민생탐방동행②

박순원기자
등록일 2009-08-12 12:53 게재일 2009-08-1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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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호 의원의 `영양고추 따기`

마을 어르신들과의 첫물 수확

취재기자까지도 합세 `구슬땀`

“언제 한 번 고추 따보셨니껴?”

“아이고 오늘 품삯 받으려면 한 고랑은 다 해야되니더.”

경상북도 북부지역에서만 사용되는 방언이 흘러나온다. 빗 가락이 오락가락하는 와중에 고추밭을 헤치며 서툰 손길을 내민다. 이미 다음 농사를 위해서 고추 따는 법을 확실히 배운 강석호(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의원이다. 그러더니 강 의원은 “아! 이 사람아 그렇게 따면 고추 다 베리지. 어허,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니까”라며 동행한 보좌진들을 몰아세운다.

특화된 대체작물 개발로 부가가치 창출

“관광 인프라 구축으로 살길 모색해야”

♠영양, 산골짜기

경상북도 영양군 청기면 기포리. 같이 동행한 기자와 함께 찾아가는 데만도 3시간 가까이 걸린다. 도로가 있기는 하지만 꼬불꼬불한 산길이라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자잘한 멀미는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그리 넓지 않은 계곡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왜 이처럼 아름다운 곳이 관광지로 개발되지 않았을까`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마치 `낚싯배 한 척을 띄워놓고, 유유자적`하는 꿈을 꾸게 만드는 것 같은 느낌이다.

♠고추 따기, 첫물

“첫물인데, 날씨가 이래서인지 실하지가 않니더. 그렇다고 수확을 하지 않을 수도 없고, 인건비를 들여서라도 따야지 다음에 또 열리는 거 아닙니꺼. 그래 봤자 한 근에 5천,6천 원 하니더,”

펑퍼짐한 청바지에 자유복을 입은 강석호 의원이 발갛게 익은 고추를 서툰 손길로 따는 와중에도, 이를 지켜보는 마을 어르신들의 입은 쉬지 않는다.

강 의원은 “사실 한 두통 고추를 따니까 정신이 없더라”며 “그래도 여자 국회의원들은 영양 고추를 최고로 알고 있으며, 영양이 살기 위해서는 고추뿐만 아니라 다른 작물을 만드는 것은 물론 관광 인프라를 구축해야 영양이 살기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표 역시 영양 고추를 선물로 받고 “아이고, 강 의원은 지역구가 많아서 좋겠습니다”라고 언급했다는 것.

♠강석호의 고추 따기

사실 강 의원의 고추 따기 체험은 쉽지가 않았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데다가, 거의 처음 하는 일이어서 그런지 실수도 많았던 것. 여기에다 인근 지역구인 영덕에서의 행사로 인해서 예정보다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오랜 시간을 집중하지 못했다.

그래도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 열심히 하는 데까지 해보는 게 강 의원의 장점. 때문에 이날의 고추 따기 체험은 1시간 가까이 지속됐다.

마을 주민 한 분이 “10분간 휴식”을 외치는데도, “일을 얼마 하도 안 했는데, 우예 쉬노”라며 아예 취재하는 기자들까지도 고추 따기에 참여시킬 정도.

결국, 수첩을 끄적이고 있던 기자와 카메라를 누르고 있던 기자도 밭으로 들어가 익숙하지 않은 손으로 `혹여나 가지를 부러뜨리는 게 아닌가` 조심하며 고추를 수확하는 도리밖에 없었다.

♠100세 할머니와의 우연한 만남

"저 올라가서 담배 한 대 하고 가이소"

강석호 의원이 고추 따기 체험을 한 영양군 청기면 기포리에는 `회곡고택`이라는 조선 중기의 한옥집이 남아 있다. 물론, 옛날의 연못 자리에는 자동차가 주차돼 있으며 그 넓었던 기와집은 조금밖에 남지 않았지만, 초등학교에 다니는 고손자까지 둔 올해 100세인 할머니가 있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할머니는 강 의원의 방문에 그저 지나가던 길손이 방문한 마냥 편하게 맞이한다. 그런 할머니의 소원은 “나 혼자 잘사는 거 말고, 내 숨 쉴 동안에 깨끗한 게 소원이지”라는 게 할머니의 꿈이다.

강 의원은 나이가 많아 친정도 어디인지 모르는 할머니에게 “제가 내년에도 올텐게, 그때도 꼭 건강하셔야 한다”며 당부 아닌 당부를 거듭한다.

영양의 회곡고택은 조선 중기의 문신 회곡 권춘란(1539~1617)이 노년에 살던 곳이다. 권춘란은 아들이 없어 동생 춘계의 맏아들을 양자로 삼았는데, 이 집은 권춘계가 임진왜란 이전에 지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침과 사당이 남아 있으며, 사당은 원래 정침의 오른쪽 뒤에 있던 것을 영조 14년(1738)에 지금의 위치로 옮겨 지었다. 정침은 앞면 5칸·옆면 5칸의 ㅁ자형이며, 처음 지을 당시의 흔적이 부분적으로 남아있다.

사당 안에는 `회곡선생문집`과 교지·호패·공신록·행장기 등이 보관되어 있다.

♠영양이 살아갈 길?

인구 2만5천 정도의 영양. 실제로 영양은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고장 중의 하나다.

벌어 들이는 세수도 별로 없으며, 2009년에는 지방교부세마저 삭감되면서 각종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다, 한미FTA와 중국산 농산물의 수입 급증으로 인해 대부분이 농사를 짓는 영양군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 강 의원은 “아이디어를 짜내야 한다”며 “특화된 부분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농촌은 관광농촌을 겸해야 한다”며 “이를 국회의원만이 아니라 지역 의원들까지 모두 나서서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또 이날 고추 따기 체험을 마친 후 주민간담회에서 “영양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을 반영하도록 힘쓰겠다”며 “앞으로 더불어 살 수 있는 영양을 위해서 같이 애썼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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