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회원이 회원제 골프장을 주말에 이용하려면 그린피와 카트 사용료, 캐디 봉사료, 식음료비 등 한번 라운딩 하는데 30여만 원 가까이 들어간다.
내기 골프를 치게 되면 돈은 훨씬 더 들어가고.
기업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아주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권력을 쥐고 있는 공직자나 사업과 관련된 고위직 인사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여서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필드에 나가기만 하면 잘 다듬어진 잔디밭에서 4시간 이상 얘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업상 어려운 점이나 신상문제까지 얘기를 나눌 수 있고 잘하면 저녁 술자리까지 이어져 금방 친해질 수 있다.
더욱이 한번 빠져들면 잠자리에 들어서도 골프공이 천정에 어른거리는 유별난 마력으로 인해 일주일에 한번쯤은 찾아야하는데다 미답의 코스를 찾아가는 속성으로 인해 스폰서가 반드시 필요하니 말썽의 원인을 달고 다니는 셈이다.
골프 금지령
며칠 전 경남 지역 일부 기관들이 접대 골프를 쳤다가 직위해제가 됐다. 인사청문회에도 등장하고 정승자리를 낙마시키는 것도 골프다. 정권 교체 시기에는 골프 금지령이 기관별로 유독 많이 내리기도 한다.
골프 금지의 역사는 골프란 언어 등장시기와 함께였을 만큼 오래됐다. 1457년 3월 제임스 2세 때 스코틀랜드 의회는 잉글랜드와의 전쟁에 앞서 군사훈련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일요일에는 축구와 함께 골프 금지령을 내렸다.
그 때도 금지령을 무시한 채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로 인해 국가가 곤욕스럽게 되자 1470년 제임스 3세가 금지령을 다시 내리고 1491년 제임스 4세는 위반자를 구속하고 높은 벌금을 매겼지만 반발만 샀다고 한다. 결국은 1502년 잉글랜드와의 강화조약 체결 후 이 금지령은 폐지 됐다.
지난해 국내 H은행이 아시아 지역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5%)를 실시한 결과 한국인 응답자 300명 중 61%가 골프로 사업상 거래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고 답해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해 왔던 `골프와 비즈니스의 연관관계`를 확인시켜 주었다.
홍콩,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인들도 한국인 응답자 보다는 적었지만 긍정적인 답변이 많았다고 하며 한국이 훨씬 더 심하다는 것. 이러니 권력기관이나 대기업 임직원들이 마음만 먹으면 스폰서는 언제든지 구할 수 있다. 사실 스폰서는 줄을 서 기다린다는 표현이 더 맞다.
골프장을 건전 스포츠 공간으로
매년 10%쯤 빠르게 증가해온 내장객은 지난해는 2398만 명(회원제 1565만명, 대중제 833만명)이다. 한국골프인구는 4백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미래에 하고 싶은 운동 종목 1위가 골프가 됐다.
레저관광산업에서 단연 돋보이는 골프장은 18홀 당 건설단계의 경제 효과 면에서도 2000억 원이 넘으며 200개쯤의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 해마다 20개 골프장이 건설되면 무려 4조원의 경제효과와 4천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태생부터 좋지 않은 과거를 갖고 있었던 골프장이지만 골프를 레저산업에 기반을 둔 국가브랜드로 성장시키려면 더 이상 호화 스포츠 취급을 받지 않아야만 가능하다.
`체육시설의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해 건설, 운영되는데 세금은 `호화사치시설`에 준해 시행되는 모순성을 털어내야 한다.
현재 국내 골프장 수는 310개(군 골프장 제외) 500개로 늘어나게 되면 일본 태국 필리핀의 두 배 수준인 요금도 내리고 예약이 쉬워 지는 등 대중화가 이루어져 골프장 거지도 나오지 않을 것 같다.
박세리, 신지애 등 우리 여자 선수들이 LPGA에서 우승,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기쁨을 안겨줬던 골프가 우리사회에서 `사치와 스폰서의 멍에`를 벗는 날은 언제쯤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