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 준비를 하다가 TV를 통해 들려오는 어느 40대 남편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정말 예쁘고 해맑은 모습으로 유치원 선생님을 하던 아내와 결혼하여 알뜰하고 부지런한 품성으로 아들 딸 낳아 화목하게 생활하던 중, 뇌경색으로 고통 받는 아내의 두 손을 꼭 잡고 하는 말이다.
사랑스런 아기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닦아주고 입혀주며, 밥상까지 차려주는 남편의 지극한 사랑은 가슴이 찡하도록 감동적이었다.
말은 어눌하게 하지만 듣는 것은 할 수 있으므로, 혹여 말을 잊어버릴까봐 끝말잇기를 해도 재미있는 단어만 골라 웃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
그녀는 며느리 노릇 못해 어른들에게 죄송하고 남편과 아이들에게 아내와 엄마 노릇을 다 못하는 미안함에 눈물을 보이기도 하며, 기쁠 때는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이 천사와 같았다.
남편의 애틋한 사랑을 먹고 사는 아내여서일까?
때로는 삶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져 일탈도 꿈꿔 보겠지만, 시종일관 아내 돌보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사명감처럼 표현하는 그가 진정 남편의 표본인 것 같았다.
부부는 무촌이기에 돌아누우면 남이라고들 하지만 한 생에 있어 미운 정 고운 정 물들이며 살아 온 값진 사랑일진데, 여러 가지 이유로 노소를 막론하고 남남이 되는 부부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현실이다.
흔히들 서로에게 맞추려 하기보다 상대가 따라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에 거리를 좁힐 수 없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헤어지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사랑이 미움 되어 원망과 고통을 떠안고 헤어질 수밖에 없었겠지만 말이다.
주변에는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도 다양한 가슴 아픈 이유로 인해 법적으론 가족이지만, 정신적으로는 남보다 더 먼 사이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더러 있긴 하다.
그러나 법연으로 만나 한 가정을 이루어 쏟은 정성 허망하게 부부의 연을 끊는 일은 세상을 어둡게 하는 근원이 되는 것 같다.
때문에 두 사람이 뿌린 씨앗이 싹을 틔워 줄기가 편안하게 올라앉아 자랄 수 있도록 튼튼한 두 개의 기둥이 되어, 또 다른 사회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자산으로 만들어 놓아야 미래가 밝은 세상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믿음으로 기대고 있던 커다란 기둥이 무너진다면, 그 씨앗들은 생장에 어려움이 가중되어 불량종자로 남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우리사회의 문제로 대두되어 이제는 가족이 책임지기보다는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숙제가 되어버렸지만, 이 부부의 사랑이야기야말로 백합과도 같은 순백의 깨끗하고 은은한 향기로 전해 온다.
어디 그뿐이랴, 결혼 10주년이 되면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적금을 넣어 놓았지만, 힘들어 할 아내를 위해 10주년 결혼사진을 찍기로 했다.
신부화장을 하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내를 기다리는 동안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밖에서 서성이는 그의 모습은 순수 그 자체였다.
그녀의 긴 간병에 지칠 만도 하련만, 사랑스런 아내를 바라보는 환한 그의 얼굴엔 처음 두 사람이 만나 결혼하던 그때를 떠올리며 행복해 하는 미소가 피어오른다.
시작할 때 했던 약속이기에 지키며 살아가겠노라 만인 앞에서 선언하는 멋진 그야말로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아름다운 별인 것을….
어둠을 밝히는 별들이 많은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이 땅의 모든 부부들이 어떠한 시간, 어떠한 환경, 어떠한 모습일지라도 똑같은 마음으로 사랑하겠다는 결혼서약을 지키며 살아가는 행복하고 멋진 부부들이었으면 좋겠다.
처해진 환경의 소유물이 되지 말고 행복한 환경을 만들어 가는 용기와 도전으로 지혜롭고 따뜻함이 묻어나는 부부, 가족들의 웃음이 지금보다 더 넘쳐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