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설모가 오기 전에는 대여섯 마리의 다람쥐 가족이 우리 담을 왕래하며 숲의 밤이며 도토리를 독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청설모란 놈이 다람쥐를 위협해서 일터를 빼앗고 그들을 몰아내어 사라지게 했다. 한번은 잣나무 꼭대기에 올라가서 잣을 따서 땅에 떨어뜨려 놓고 내려와서 그것을 찾아가지고 가서 갉아 먹는 것을 보았다. 옳거니 저놈을 이용하여 잣을 따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은 잣나무 끝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청솔모란 놈이 잣 방울을 따서 땅에 떨어뜨리기에 얼른 가서 주워 왔더니 이놈이 밑에 내려와서 잣을 찾느라 야단이었다.
이상하게 여기던 청설모가 포기하고 또 올라가서 잣을 따서 떨어뜨리기에 또 가서 주워 왔다. 이렇게 하기를 몇 번 반복하자 눈치를 차린 청설모가 골이 잔뜩 나서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요놈이 꾀를 쓰기 시작했다. 잣 따는 일을 포기하고 다른 데로 가는 척하더니 다시 와서 잣을 따서는 물고 내려오다가 나에게서 멀리 떨어진 쪽으로 떨어드리고는 쏜살같이 내려와 가지고 어디다가 숨겨 놓고 다시 와서 또 나를 살피는 것이 아닌가? 또 그렇게 하기를 몇 번 하더니 힘이 드는 지, 따지듯이 나를 노려보았다. 그래서 나도 노려보면서 “야! 이 자식아! 이 잣나무는 우리 집에서 심은 것이고 내가 아침저녁으로 보는 것인데 네가 왜 남의 잣을 따서 훔쳐 가느냐? 내가 주워 오는 것은 주인으로 당연한 것이 아닌가?” 라고 의사를 전달했더니 아, 이놈이 한심하다는 듯이 “저 높은 가지 끝에 달려 있는 잣을 당신이 무슨 재주로 딴단 말이오. 그리고 나무를 심은 것은 당신이지만 저 하늘의 해와 달과 비와 눈에 저절로 크는 것이지 당신이 키운 것인가? 내가 위험을 무릅쓰고 천신만고 끝에 따서 던져 놓으면 다 가져가니 그것이 점잖은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오.” 라며 따지는 것이 아닌가? 한편 생각해 보니 그럴 것도 같아서 그럼 타협하자고 했더니 싫다고 하면서 재주 있으면 따보라고 뻐기는 것이 아닌가? “너 그렇게 나오면 잣나무를 아예 베어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협박을 했더니, 이놈이 파업을 하고 나타나지 않았다. 어디서 짝을 한 놈 대리고 와서 한 놈은 나무 끝에 올라가서 잣을 따고 한 놈은 잣을 낚아채서 어디다가 숨겨놓고 왔다. 요놈들이 아주 손발이 척척 맞았다. 그래서 내가 잣나무 밑에 갔더니 어! 요놈들이 잣을 따서 나무위에서 먹고 내려오지를 않고 올라오려면 올라와 보라는 투다.
신경질이 나서 이놈들의 아지트를 수색하였다. 얼마 떨어지지 않는 바위 밑에 있는 국수나무 숲 으슥한 곳에 잣이 다섯 개가 있었다. 모두를 수거하여 들고 왔더니 이놈들이 날고뛰고 야단이다. “야! 상식이 안통하면 한판 붙어야 하는데 너 나한테 붙을 자신 있냐.” “세상에는 약육강식의 자연 논리가 있는 거야.”하면서 강자로서 오만을 부리며 통쾌하게 가지고 와서 마당가에 숨겨 놓았다. 그리고 나서 며칠 후 어디를 좀 다녀왔더니 숨겨놓은 잣들이 없어졌다. 하나는 도랑에 던져놓고 하나는 갉아 먹다가 버려놓고 하나는 남의 지붕위에 올려놓고 하나는 나무기둥에 올려놓고 이놈들이 모두 다 훔쳐갔다. 거실 안에서 창밖의 잣나무를 바라보니 이 자식들이 머리에 띠를 매고 노려보면서 나에게 항의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좋다 그러면 타협하자. 나도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너희들이 먹고 살려는 것을 수탈하고 너희들의 노동력을 착취한 것 같아 좀 양심에 찔리는 것이 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했더니, 청설모가 잣나무위에 올라가더니 자기 쪽에 하나를 떨어뜨리고 나에게 하나를 떨어뜨리는 데 내 것이 조금 더 컸다. 드디어 지루하게 끌어오던 노사분규가 끝났다. 덕분에 잣 수확이 괜찮았다. 그래서 잣 방울 두어 개를 청설모 쪽으로 던져 주었다. 그러고 두어 해가 지났다. 올해도 어김없이 내 몫의 잣 방울이 몇 개 떨어져 있었다.
쌍용자동차의 노사 간에 벌어지는 극한 대립을 보면서 순리를 따를 것을 주문한다. 어찌 노사 간에 전쟁을 벌이면서 타협을 이루려는 것인가? 저 극성스런 노조의 행패를 보면서 누가 관심과 사랑을 보내겠는가? 최소의 노동을 하며 최대의 보수만을 바라며 투쟁한 노동자의 최후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전 노동자는 지난 해 월급을 모두 반납하고 앞으로 회사가 정상화 될 때까지 무보수로 일해서 회사를 살리겠다는 생각을 좀 가져봐라. 그리고 회사를 위해 강성노조를 자진해서 해체해 보라. 노조의 횡포가 하늘을 찌른다. 민주노총 등 다른 노조들마저 연합해서 투쟁을 선포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무슨 전쟁하나? 이런 노조가 있으면서 회사가 온전할 수 있다면 또한 이상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