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학자들은 동아시아 지역 개들에게서 폭넓게 나타나는 유전적 다양성 때문에 이 지역을 길든 개의 발원지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미국 코넬대의 애덤 보이코 교수 등 국제 연구진은 이집트와 우간다, 나미비아의 여러 마을에서 채취한 개들의 DNA를 분석한 결과 그 다양성이 동아시아 못지 않게 풍부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했다.
오늘날의 개는 약 40만년 전부터 1만5천년 전 사이에 길들여진 유라시아 회색늑대의 자손이지만 어떤 과정을 통해 이들이 사람에게 길들여졌는 지는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연구진은 이집트와 우간다, 나미비아의 여러 마을에서 채취한 개 318마리의 DNA를 분석했다. 이들이 마을 개를 택한 것은 사육된 개에 비해 유전적 다양성이 훨씬 풍부해 개의 가축화 과정을 추적하기가 더 쉬웠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와 함께 살루키, 로디지안 리지백, 파라오 하운드 등 아프리카 원산으로 알려진 개들의 유전자도 함께 분석해 푸에르토리코 도시의 떠돌이 개 및 미국의 족보 없는 개처럼 아프리카와는 관계없는 개들의 유전자와 비교했다. 그 결과 아프리카의 마을 개들은 동아시아 개들만큼 유전자 다양성이 풍부한 것으로 나타나 개 길들이기가 동아시아에서 시작됐다는 가설에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연구진은 “동아시아 기원설은 분석에 사용된 개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주로 도시의 떠돌이 개들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동아시아의 개들이 유전적으로 더 다양해 보인 원인은 이 지역 개들이 다른 지역보다 더 다양해서가 아니라 족보 없는 개나 마을 개들이 사육견보다 유전적으로 더 다양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그렇다 해서 동아시아가 처음 개를 길들인 곳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으며 다만 회색늑대와 인간이 공존했던 유라시아 대륙 어딘가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