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선생님의 필수품은 자신의 낚시도구보다 더 귀중하게 여기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 경북 도내의 한 지자체가 명기된 종량제 봉투는 50℃로 하룻밤 낚시에서 생겨나는 쓰레기를 전부 거둬들일 수 있는 규격이다.
처음에는 우연이라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3번째 출조하며 지켜보니 그 봉투는 교장선생님이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간직하게 된 필수품이었다.
아직 종량제 봉투 한 장 지니고 다니지 못했던 필자를 부끄럽게 한 것이었다.
지난달 넷째 주 주말, 경산시 진량읍 소재 소류지에 동반 출조한 교장선생님은 아니나 다를까? 현장에 도착 후 낚싯대 편성은 뒤로하고 주위 환경보호부터 시작했다. 교장선생님이 필자보다 학번이 2년 빠르니 눈치만 볼 수 없는 처지라 일행과 함께 주위를 깨끗이 한 후 낚시를 시작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깨끗한 환경에서 낚시한다는 자체가 맘에 들었다. 무심코 담배꽁초를 버리려 해도 교장선생님의 눈치를 보게 됐다. 이제야 환경보호에 대해 깨우쳤나 보다 하며 교장선생님을 존경하게 됐다.
대구·경북지역의 대물낚시인들의 모임인 오수조우회 고문 박 모 씨도 교장선생님 못지않은 환경 맨 이다.
대구시 중구청 산하 동장 출신인 박 고문은 교장선생님의 50℃ 종량제 봉투보다 조금 큰 마대 포대와 집게를 항상 가지고 다닌다. 역시 낚시터 주변 쓰레기를 거둬갈 목적이다.
박 고문의 환경보호는 20여 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런데 교장선생님과 박 고문의 같은 점은 거둬들인 쓰레기를 자신의 승용차에 싣고 지정된 곳에서 처리한다는 점. 낚시인이라면 반드시 본받아야 할 점이다.
우리나라는 많은 사람이 오래전부터 레저 활동으로 낚시를 즐겨오고 있다.
최근 들어 국민소득이 향상되고 레저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낚시 인구는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으며, 증가한 낚시인구의 무분별한 낚시행위 탓에 자연생태계에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생겨나고 있다. 떡밥과 각종 쓰레기, 납으로 말미암은 수질, 환경오염 등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어족자원에 대한 포획강도가 증가하면서 어족자원 역시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인구증가, 고령화 사회, 주 5일제 근무, 야외 레저스포츠 선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포획강도는 증가하는 반면, 어족자원의 자연적 증가속도는 제한돼 있어, 어족자원의 감소는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한국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미국, 유럽 등의 많은 선진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낚시행위와 관련된 문제들이 노출되면서 어족자원 보존과 자연생태계 보호를 위한 정책을 개발·시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낚시를 건전한 레저 활동으로 간주해 대부분의 낚시행위에 대해 소극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우리의 의식 저변에 자리 잡은 구태의 습관은 평소에는 나오지 않다가도 열악한 상황이나 피곤에 지쳤을 때 등등의 경우에는 여지없이 고개를 든다.
예를 들면 `오늘은 악천후여서 어쩔 수 없겠다.` 또는 `오늘은 내가 급해서 어쩔 수 없구나!` 등`다른 사람도 버리는데`, `나 하나쯤이야`하는 안일한 의식과 자연보호에 대한 사명감 등의 부족으로 그런 행태를 저지르고 만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낚시터 환경 정화 캠페인보다는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캠페인이 필요한 것 같다.
일부 몰지각한 낚시인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의 많은 낚시인이 이미 가져간 쓰레기 되가져 오기, 낚은 고기 방류하기 등 스스로 변화된 낚시풍토를 조성하고 있다. 또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달부터 낚시터에 쓰레기 버리지 않기, 생태계를 파괴하는 낚시 도구 사용 자제, 잡은 물고기 방류하기 등에 동참을 호소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깨끗한 환경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낚시를 즐기기 위해 쓰레기 종량제 봉투와 마대 포대와 집게를 가지고 다니는 교장선생님과 박 고문과 같은 낚시인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