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산이면 어디나 있는 옹달샘마저 지금은 약수터라 하지만, 탄산수로 톡 쏘는 맛이 나는 물이 솟는 이름난 약수터 경우, 여름철이면 피서객들로 항상 붐볐고 이들을 위한 야영지와 편의시설도 마련돼 있어 피서지로는 제격이었다.
어떤 근거에 의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약수는 닭고기와 함께 먹으면 몸에 좋다고 해서 대부분의 약수터에는 닭고기 요릿집이 많이 들어서, 먹는 재미까지 더해준다. 경북북부지역에서 이름난 약수터라면 봉화의 오전 약수터와 다덕 약수터 그리고 청송의 달기와 신촌 약수터 등이 꼽힌다. 이들 약수터는 약효가 좋다는 물과 함께 주변에 식당가가 형성돼 있어 지난 80년대 까지만 해도 여름철이 아니더라도 사계절 행락객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부터는 약수터의 인기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일부 상가가 문을 닫는 등 불황을 겪는 모양이다. 북부지역의 여러 약수터 가운데도 특히 봉화 오전 약수터는 효능이 좋기로 널리 알려진데다, 경관이 빼어난 시원한 계곡에 자리 잡고 있어서 피서객들의 인기를 끄는 곳이다.
이 약수터는 보부상이 발견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유래를 가지고 있다. 고등어와 문어, 소금 등을 등에 지고 동해안 바닷가에서부터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의 골 골을 누볐던 보부상들이라, 이들의 마른 목을 추겨주며 입소문을 타고 세간에 널리 알려진 것이다.
오전약수는 위장병과 피부병에 효험이 있다고 해서 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많은 환자들이 찾았다. 드러난 환자들뿐만 아니라 열악한 식생활과 의료시설 때문에 상당수의 주민들이 위장질환과 피부병 등을 알고 있던 그 당시만 해도 누구나 약수를 마시면 좋은 것으로 인식돼 인근 주민들은 여름 한 철 물 마시러 가는 날을 따로 정해서 마을 주민들이 함께 나서는 일이 잦았다.
자연이 주는 혜택을 찾아가는 이날은 깨끗이 목욕단장 하고 부정을 타는 일은 삼가거나 피해야 했다.
굿은 일과 접하면 신이 노해 약수의 약효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정갈한 몸과 마음으로 약수터로 향한 이들은 더 많은 물을 마시기 위해 엿을 먹었고, 생활 형편이 넉넉지 않아 엿을 살 형편이 못 되는 이웃은 소금을 많이 타 짜게 만든 장떡을 싸가지고 가서 먹으며 물을 켜게 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삼복 무렵 주로 약수터를 찾은 인근 주민들은 새벽녘에 출발해서 하루를 약수터에서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는 주전자 등에 물을 담아가서 이웃에 나눠 주거나 두고 더 마시기도 했다. 이처럼 소중했던 약수는 생활형편이 다소 좋아지고 의료혜택도 나아지면서 찾는 이들의 발길이 뜸해진 것이다.
이 때문에 물야면 오전지역 주민들은 지난해부터 오전약수제를 열고 약수터 홍보에 나서고 있다. 올해는 8월 14일에 열기로 한 오전 약수제는 약수를 내려준 하늘에 감사하는 제례의식에 이어 약수 액풀이와 약수닭죽 시음회를 하고 가요제 행사 등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했다는 소식이다.
오전 약수터에서 춘양면 서벽쪽으로 큰 고개를 하나 넘으면 같은 수맥으로 연결된 것으로 보이는 두내 약수터도 있다.
오가는 이들도 드문 한적한 곳이라서 번잡한 것을 싫어하는 이들이 쉬어 가기에는 제격인 곳이다.
이곳은 문화재 보수용 금강송이 보존 육성되는 곳이라 울창한 솔숲이 이어져 있다. 금강송의 또 다른 이름인 춘양목의 본산지이다. 지금은 춘양목 백리길 조성사업이 추진돼 부분적으로 빼어난 소나무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마을 서쪽 편으로 문수산과 옥돌봉 줄기가 가로막아 서벽이라 부르는 이곳은 빼어난 지세 때문인지 인재가 많이 배출된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영화감독인 김기덕과 이창동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 마을을 중심으로 수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백두대간 고산수목원`이 조성될 계획이 세워져 있어 이 지역 약수터는 새롭게 도약하는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우거진 곳에서 삼림욕을 하고, 전국 약수 품평회에서 최고상을 받은 바도 있는 약수를 마시며, 백두대간의 빼어난 경관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야말로 천혜의 관광지가 분명하다. 약수터의 새로운 부활이 기대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