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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근로정신대 할머니의 마지막 길

연합뉴스 기자
등록일 2009-07-28 14:27 게재일 2009-07-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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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일본에 끌려가 강제노역에 시달리다 고국에 돌아왔지만 근로정신대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힘든 삶을 살아온 한 근로정신대 할머니의 마지막 길은 너무나 쓸쓸했다.

근로정신대 출신으로 지난 25일 노환으로 세상을 떠난 김혜옥(78) 할머니는 가족, 친척,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을 돕기 위해 결성된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관계자 등 1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27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 묻혔다.

김 할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가장 안타깝게 지켜본 이는 큰아들 안호걸(46)씨였다.

어머니가 근로정신대 출신임을 부끄럽게 여겼던 안 씨는 2003년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을 돕고자 결성된 일본 시민단체의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 어머니에 대한 진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그는 어머니를 오해하고 살아온 지난 세월이 후회되는 듯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애통해했다.

안씨는 “근로정신대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에 어머니 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오랜 세월 힘들었다”며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 명예회복이 이뤄졌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시민모임 회원인 광주 신광중 배주영 역사교사는 “일본과 정부, 국민의 무관심 속에 어렵게 투쟁하고 있는 할머니들이 명예회복을 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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