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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나방, 박쥐 초음파 교란

연합뉴스 기자
등록일 2009-07-21 11:22 게재일 2009-07-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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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의 먹잇감인 불나방이 갑자기 초음파를 발산하는 방법으로 박쥐의 음파를 교란시켜 살 길을 찾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보도했다.

많은 종류의 나방들이 박쥐의 반향정위(反響定位) 초음파를 감지하는 능력이 있으며 나방의 초음파가 박쥐를 놀라게 한다는 연구는 이미 나와 있다.

심지어 일부 나방의 초음파는 박쥐들에게 `고약한 맛`을 경고하기까지 한다는 연구가 나와 있지만 나방의 초음파가 직접 박쥐의 초음파를 무력화할 수 있음을 밝혀낸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웨이크 포리스트 대학 연구진은 나방의 초음파 교란 능력 여부를 실험하기 위해 초음파 녹음 장치와 고속 적외선 비디오 장치를 이용해 9일동안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큰갈색박쥐(Eptesicus fuscus)와 초음파를 발산하는 불나방 종 Bertholdia trigona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촬영했다.

나방의 초음파가 단지 박쥐를 놀라게만 한다면 박쥐는 이런 음에 익숙해져 결국은 나방을 잡아 먹을 것이고 나방의 초음파가 `맛이 없다`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면 박쥐는 두 번 다시 나방을 쫓아다니지 않을 것으로 연구진은 예상했다.

그러나 관찰 결과 박쥐가 이들 나방을 잡아 먹는 확률은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낮게 나타났는데 이는 나방의 초음파가 박쥐를 놀라게 하거나 맛이 없다는 경고를 위한 것이 아님을 시사하는 것이다.

실제로 `진동막`이라 불리는 초음파 발생기관을 제거한 나방들은 이틀간의 실험에서 박쥐들에게 100% 잡아먹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험 결과를 보면 나방은 고유의 초음파를 이용한 방어 메커니즘을 진화시켜 온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이는 조그만 나방이라도 가장 정교한 음향포식자를 물리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포식자와 피식자 사이에 서로를 능가하려는 무기 경쟁이 고조돼 왔음을 보여주는 환상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추가 분석 결과 이들 나방은 고도로 발달된 초음파 발생장치를 갖추고 있어 박쥐의 초음파를 교란시키는 데 적합한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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