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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들이 설치는 세상

최진환 기자
등록일 2009-07-16 18:36 게재일 2009-07-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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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부터 시작된 해커들의 DDOS 공격으로 컴퓨터가 일상화돼 있는 우리 사회 전반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

애초 공격대상이 정부기관이나 금융권 또는 주요 포털 사이트들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언론에 대서특필돼도 그저 먼 곳의 이야기거니 했다. 그러나 직장 동료의 노트북 PC가 이 악성 바이러스에 감염돼 하드디스크가 파괴되면서 느끼는 기분은 이 일이 강 건너 불이 아닌 현실의 우리 얘기로 절실하게 다가왔다.

컴퓨터에 저장된 모든 정보들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리면서 회사 일을 위한 중요한 자료에서부터 개인이 필요로 해서 수년간 모아둔 자료들이 모두 없어진 것이다. 이 DDOS 공격은 수 만대의 좀비 PC를 이용해 대량의 패킷을 보냄으로써 서버를 다운 시키고 서비스를 중단하도록 하는 공격 수법이다. 여기에 악용된 좀비 PC는 악성코드에 감염돼 소유자도 모르게 공격임무를 수행하다가 나중에는 스스로 파괴돼 버리는 것이다.

우리 사회 전반을 혼란에 빠트린 이 컴퓨터 해킹을 두고 국정원과 미국의 정보기관 등은 북한이나 이를 추종하는 자들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과 정부관계부서는 DDOS 공격을 한 86개 IP를 추적한 결과 미국과 일본, 과테말라 등 16개국에 걸쳐 있었고 북한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외국을 상대로 해킹할 때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주소를 외국에 두고 작업을 하는 건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특히 그들의 해킹 수법이 북한 해커의 수법과 비슷하고, 우리나라의 정보기관이나 주요 관공서 등을 공격했다는 점, 그리고 일부 IP가 중국에 근거지를 두고 평소 해킹을 일삼아 온 북한 해커들의 수법과 같다는 점 등 여러 정황 증거로 보아 북한이나 종북 세력의 소행이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도 일부 야당과 재야 단체들은 “왜 애꿎은 북한을 들먹이냐”며 또 거세게 항의하고 나섰다.

아무리 정부비판만을 주된 일로 삼는 그들이지만 이런 정도의 상황을 두고도 북한을 두둔하고 정부를 공격한다는 건 PC 좀비와 다름없는 인간 좀비나 할 짓이다.

영화로도 널리 알려진 좀비는 서인도제도 아이티 섬의 전설에서 유래한다. 이 전설은 흑인 저임금 노동력의 주된 공급원이었던 아이티 섬에서 주술사가 마약성분의 약물로 희생자들을 가사 상태에 빠트려 의사가 사망 진단을 하게 한다.

희생자를 묘지에 묻은 뒤 한밤중에 다시 꺼내서 악덕 농장주에게 팔아 치운다. 되살아난 이들은 모든 기억을 상실한 체 일을 시키면 무조건 주인에게 충성해야 하고 절대로 탈출이나 반항을 하지 못한다.

이들은 마치 넋이 나간 표정으로 거리를 돌아다녔는데, 뒤에는 되살아난 인간, 또는 유령이나 요괴를 이르기도 한다.

지금 우리나라 정치사회 현실은 북한이 내린 지령이나 그들이 언론매체 등을 통해 전한 메시지가, 남한에 널리 퍼진 좀비와 같은 인간들에 의해 널리 유포되고 때로는 정치현장에서건, 노동현장에서건, 심지어 교육현장에서 마저 이른바 투쟁의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직접 쓴 공산당 선언에서도 그들은 “지금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유럽을 서성이고 있다”고 첫 머리에 쓰고 있다. 당연히 그들은 지금의 좀비 식 유령을 말한 건 아닐 터이다. 그러나 마르크스의 유령이나 북조선의 유령이나 기술적인 컴퓨터 상의 좀비나 우리 사회에 서성이는 좀비들은 대동소이한 짓거리들을 한다.

세뇌된 좀비들은 자유민주주의를 독재라 이르고 극악무도한 독재정권은 “민족의 영웅이 창조한 인민 낙원이요. 민족이 나아가야 할 바”라며 좀비 식의 웅얼거림을 계속 한다.

남한 땅에 발붙이고 살면서 온갖 요구에 덧붙여 생떼나 다름없는 욕구불만을 마음껏 토해 내면서도 우리 땅, 우리 정부는 그들이 기생하는 숙주에 불과한 게 그들이다. 지금의 좀비 천국을 두고도, 정부의 대응에 일부 야당은 북풍 운운하며 자기 합리화를 하려 든다.

컴퓨터의 해킹은 기술적으로 강력한 대비책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 좀비를 막을 방안은 어디에서 어떻게 찾아야 할는지 아직 방향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는 듯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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