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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올려놓고 흔들지 말자

슈퍼 관리자
등록일 2009-07-08 10:49 게재일 2009-07-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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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힘

모택동을 반대하고 자본주의를 추종했다고 해서(反毛走資) 문화 혁명 때 모든 직위를 박탈당한 등소평은 트랙터 공장으로 쫓겨나 5년 동안 인간적 모멸감 속에 노동자로 밑바닥 일을 했고, 자신의 후계자로 삼으려고 했던 장남은 문화혁명 때 홍위병으로부터 피신하려다 4층에서 떨어져 척추가 부러지는 등 인간으로서 참기 어려운 모멸과 고통을 당했다.

따라서 모택동이 죽고 등소평이 실권을 장악했을 때 전 세계의 관심은 소련의 후르시쵸프가 레닌 광장의 스탈린 동상을 철거하고 그의 격하운동을 했던 것처럼 등소평 역시 문화혁명과 홍위병들의 난동에 책임을 물어 천안문 광장의 모택동 사진을 끌어내리고 모택동의 격하운동은 물론 자신에게 고통을 준 이들에게 엄청난 정치보복이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등소평은 오히려 모택동을 `중국 인민들을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한 최고의 영웅`으로 떠받들었다.

등소평의 다음 권력을 장악한 장쩌민 역시 등소평을 `많은 정통 공산주의 이론을 포기하고 중국 경제에 자유기업의 요소를 혼합시켜 합의·타협·설득으로 중국의 정치·경제생활의 거의 모든 분야에 걸친 중대한 개혁을 도모한 위대한 영웅`으로 만들었고, 장쩌민 또한 그 뒤를 이은 현 중국 최고 권력자 후진타오에 의해 “장쩌민은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공고히 하는 한편, 실용주의 노선도 병행하여 중국의 경제개혁과 근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한 영웅”으로 만들고 있다.

후진타오 역시 그의 뒤를 있는 자가 또다시 그를 영웅으로 만들 것이다. 이와 같이 중국은 영웅이 국가를 지배하는 나라다.

아니 중국 사람들은 그런 역사를 스스로 만들어 가고 있으며, 이것이 곧 중국의 힘이다.

한국의 흠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분명 우리는 그동안 우리 손으로 이승만 대통령에서부터 이명박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아홉 분의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우리의 뇌리 속에는 영웅은 고사하고 하나같이 부끄러운 지도자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에게는 역대 대통령 중에 존경하고 싶은 지도자나 영웅이 없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항상 정권을 잡기가 무섭게 한풀이라도 하듯, 아니 전임자를 무지막지하게 짓밟고 깔아뭉개야만 자신의 위상과 권위가 서는지는 몰라도 사정이라는 미명하에 전 정권의 치부만 골라내어 사정의 칼날을 인정사정없이 휘둘러 만신창이를 만들어야만 직성이 풀리고, 우매한 백성들은 그때마다 그 장단에 놀아나 “잘한다”고 박수를 쳐대는 덜 떨어진 국민성이 우리의 가장 큰 흠이다.

솔직히 말해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는 그동안 우리 손으로 수없이 많은 정치 지도자들을 선출했지만 그 정치 지도자가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면서 임기 중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정치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함에도 우리는 우리가 선출한 정치지도자가 실패한 정치가가 되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으로 착각하고 지도자를 뽑아놓자마자 얼마나 많이 흔들었고, 지금도 흔들어대고 있는가 말이다.

이는 비단 정치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만연되어 크고 작은 모임에서도 자기네들이 회장이나 리더를 만들어 놓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자질이 있느니 없느니, 나이가 너무 많으니 적으니, 능력은 있는데 재력이 없다느니, 여자라서 어떻다느니….”하면서 마구 흔들어댄다.

열매를 따라고 나무 위에 올려놓았으면 나무가 흔들리지 않게 나무를 붙들어주어야 할 텐데 오히려 나무를 흔들어 결국 나무에서 떨어져 만신창이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나라 국민성이다.

지도자라고 해서 신이 아닌 이상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다. 잘난 구석이 하나라도 있고, 그것이 마음에 들어 지도자로 선택했으면 조금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못난 구석은 묻어주고 덮어주고 잘난 구석만 부각시켜 “잘한다. 잘한다.”고 격려해 줘야 더 잘하지 올려놓고 흔드는 것은 철없는 코흘리개 들이나 하는 행동이다.

비근한 예로 영국의 윈스턴 처칠은 두 번이나 회사에서 잘린 적이 있으며 정오까지 잠을 자고 대학시절에는 마약을 복용한 적도 있었으며, 미국의 버락 오바마는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 출신에 배다른 형제·자매를 둔 복잡한 가족관계 등 우리의 잣대로는 흠투성이지만, 그러나 그들이 위대한 정치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작은 흠을 찾아 흔들어 대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에 자신들의 모든 것을 맡기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기에 처칠과 오바마가 있고, 오늘의 영국과 미국이 존재하는 이유임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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