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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을 돌아보며

슈퍼 관리자
등록일 2009-07-02 15:40 게재일 2009-07-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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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단비가 내리고 있다. 일찍 찾아온 더위로 바짝 타들었던 대지, 메말랐던 나무며 들녘의 곡식들이 비를 받아들이는 싱그러운 모습이다. 무엇보다 가뭄에 물 걱정을 덜어주는 것 같아, 지금 흥건히 창을 적시고 있는 이 비가 고맙고 기쁘다.

3년전,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한 표에 의해 제5대 민선 포항시장으로 선택된 나는 51만 시민 앞에서 엄숙하고도 경건하게 서약하였다. 시장으로서의 책임과 그에 주어진 소명을 다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생각하면 그 벅찬 감회를 어찌 다 이르겠는가. 이곳 포항에서 태어나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내고 떠났던 고향. 연어가 강에서 어린시절을 보내고 더 큰 꿈을 위해 대양으로 나가듯 고향을 떠났던 세월이었다. 어디서 무엇을 하건 고향은 늘 가슴에 있었고 언젠가 기회가 주어지면 고향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생각으로 포항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설계하였다. 마침내 모천을 갈망하는 `연어의 꿈`처럼 고향으로 돌아왔고 `민선시장`이라는 영광스럽고도 막중한 자리를 맡게 되었다.

3년 전 그때 나는 다짐하고 또 다짐하였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집무실이 아니라 민생의 현장에서, 지시보다 솔선수범하며 일하겠다고. 내 고향 포항을 더 잘살고 더 자랑스럽게 만드는데 나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실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3년이었다. 그 3년 동안 나침반이 언제나 남북을 가리키듯 나의 촉수는 오로지 `포항발전`이라는 한 방향을 향해 곧게 벋어 있었다.

한시(漢詩)에는 시구를 구성하는 방법으로 기승전결(起承轉結)이 있다. 기는 시를 시작하는 부분이며 승은 그것을 이어받아 펼치는 부분이고 전은 한 번 바꾸어 전환하는 부분, 결은 전체 시의(詩意)를 끝맺는 부분이다.

민선 4년을 한시 구성에 대비하여 시간적으로 나눈다면 취임 1년은 시작하는 부분, 즉 생각을 다듬고 상을 일으키는 시기에 해당 할 것이다. 그러나 촌각을 다투어 급변하는 시대에 1년을 `기`에 허비할 수는 없었다. 곧바로, 그리고 온몸으로 포항의 원대한 비전을 향해 무섭도록 뛰고 달렸다.

그 동안 많은 시민의 소리를 들었다. 생활의 작은 불편에서부터 당장의 해결이 불가능한 분야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였다. 다 들어주고 싶고 해드리고 싶었지만 가장 많은 시민들이 가장 큰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최선이라는 공통의 분모를 찾아야 했다.

그저 열심히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의욕만 앞선 적도 물론 있었다. 뜻하지 못했던 좌절에 부딪힌 적도 있었다. 때로는 홀로 불을 밝히고 밤을 지세우면서 고뇌하고 연구하기도 하였다. 어렵고 힘든 결단의 순간을 선택해야 하는 고독한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분명한 판단의 기준은 언제나 `시민`이었고 `포항발전`이었다. 이것은 나의 시정철학이자 내 가슴에 새겨진 진리라고 믿고 있다.

오는 8월이면 고대하던 영일만항 시대가 열린다. 그와 함께 환동해 물류 경제중심도시, 경제자유구역, 국가산업단지 조성도 아울러 탄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3조원대의 기업투자유치가 이루어졌다.

동빈내항복원 등과 함께 아름답고 쾌적한 친환경적인 도시공간 조성도 추진되고 있다. 새로운 포항시대를 향한 선진일류도시의 꿈이 하나씩 영글고 있는 것이다.

지난 3년 간 쌓은 튼튼한 동력 위에서 거대한 포항호의 수레바퀴는 미래 포항, 꿈과 희망의 선진일류 도시를 향해 지금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

여기에는 이 나라 근대화를 견인한 포항의 저력이 그 바탕이 되었음은 물론이며 참으로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고 무엇보다 우리 51만 시민의 하나 된 정신이 있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할일이 끝이 없는 것 같다. 2002년 월드컵에서 우리 온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히딩크 감독은 4강을 이루고서도 여전히 배가 고프다고 했다. 그 말을 지금 실감하고 있다.

우리 포항은 지금 엄청난 성장엔진으로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머무를 수는 없는 것이다. 올해로 시승격 60년, 이제 지나간 60년 위에 새로운 60년을 우뚝하게 세울 때다. 저 광활한 대양이, 드넓은 세계가 우리 포항을 부르고 있다.

일찍이 영일만의 신화를 이룩했던 포항시는 이제 또 한번의 찬란하고 당당한 신화를 이룩하여야 한다. 이에 나는 항상 초심을 잃지 않을 것이다. 3년 전 취임의 그 역사적인 순간에 움켜쥔 책임과 소명의 끈을 결코 느슨하게 놓아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항상 시민의 눈높이에서 시민의 소리를 담는데 소홀함이 없을 것이다.

단비를 마신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이 지금 푸르게 일어서고 있다. 내일, 한층 푸르러진 포항의 아침을 51만 시민과 함께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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