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신성불가침 권위 도전받는 하메네이

연합뉴스 기자
등록일 2009-06-26 09:20 게재일 2009-06-26 19면
스크랩버튼
대선 결과를 둘러싼 이란의 정국 혼란이 확산되면서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게 도전하지 않는 암묵적 관습마저 깨지고 있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이란에서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시위 해산 경고를 무시하고 시민들이 거리에서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이라는 자극적인 구호를 외치는 것은 생각할 수조차 없는 일이었다.

하메네이는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단 한 번도 도전받지 않았던 신성불가침한 자신의 권위가 도전받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하메네이의 말은 곧 법이었으며 이란에서 최고 지도자는 지상의 신의 대변자로 여겨졌다.

그런데 지금 그는 개혁파 후보 미르 호세인 무사비의 수많은 지지자로부터 격렬한 비난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일부 시위대는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한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이란 전문가 알리 네이더 연구원은 “부정선거 논란은 그의 종교적·정치적 위상을 더욱 잠식할 것”이라며 “특히 전통적인 성직자들 사이에서의 위상이 타격을 입을 것이고 이는 하메네이를 더욱 혁명수비대에 의존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메네이는 그동안 군과 사법부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따라서 이란 최고 지도자로서의 하메네이의 권부 내 지위는 당분간 확고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민사회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하메네이는 대선 논란에서 신속히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의 편을 들어줬고, 하메네이에게 충성을 바치는 군대는 폭력을 동원해 시위를 강제진압하면서 하메네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불만은 매우 팽배해지고 있다.

개혁파 전 대통령 모하마드 하타미를 비롯해 한때 정치적 동지였던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까지 시위대 편에 서자 하메네이의 위상은 더욱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이란의 권력 지형상 하메네이가 권좌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별로 없어보인다. 그의 뒤를 이을 마땅한 후계구도도 성립돼 있지 않다.

하지만 하메네이가 이란의 논란 많은 대선 과정에서 대처한 방식은 그에게 큰 오명을 남길 것이고 이는 앞으로 최고 지도자 지위를 수행하는데 계속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연합뉴스

종합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