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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제1도시 비웃는 "체육 인프라"

권종락기자
등록일 2009-06-23 20:36 게재일 2009-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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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인 출신 박승호 시장이 취임한 지 3년이 지났다.

박 시장은 취임 일성으로 체육시설 인프라 구축 및 각종 전국대회 유치 등 스포츠마케팅을 통해 경북 제1의 도시인 포항을 전국최고 스포츠 도시로 육성하겠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전국 지자체마다 국민의 건강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각종 체육시설 인프라를 구축한 뒤 전국규모 대회 유치 등 스포츠 마케팅에 혈안이 돼 있다. 이에 따라 본지는 창간 19주년을 맞아 △선진 체육 도시 인프라 구축 및 운용실태 △포항시 체육인프라 현주소 △포항시 청사진 허와 실 등을 집중 조명해 본다. 〈편집자 주〉

▲선진 체육 도시 인프라 구축 및 운용실태

전국 대부분이 지자체는 최소한 1개 이상의 생활체육공원이나 종합스포츠타운을 갖고 있다.

특히 인구 5만이 채 되지 않는 경남 남해군이나 전남 강진군 같은 경우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규모 축구장을 조성해 놓아 전국대회 및 전지훈련지로서의 파라다이스를 만들어 놓았다.

지난 5월말 전국소년체전을 성공리에 개최한 여수시는 완벽한 체육시설 인프라를 갖춰놓고 각종 전국대회 및 국제대회를 유치하는가 하면 각종 종목의 전지훈련지로서의 최적지임을 시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 스포츠마케팅의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여수시에는 진남체육공원을 비롯해 망마경기장, 흥국체육관 등 전국규모 육상대회를 치를 수 있는 종합운동장만 3개나 있다.

진남체육공원의 경우 총 면적 33만2천65㎡에 주경기장을 비롯, 실내체육관, 사격장, 테니스장, 국궁장, 인라인경기장, 씨름장, 야구경기장, 골프장, 보조경기장을 갖추고 있으며 3만3천719㎡의 광장과 한꺼번에 1천여 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있다.

이외에 해양스포츠 분야 시설도 앞서나가고 있다.

소호요트경기장은 부지면적 1만3천413㎡에 요트 100척과 모터보트 5척이 한 번에 접안가능하고 5천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놓았다.

여수시는 경기장 주변 숙박 및 음식업소와 연계해 전지훈련을 오는 팀들에게 시설이용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지역경기 활성화에 충분히 활용하고 있으며 숙박 및 음식업소 역시 친절한 서비스로 다시 찾고 싶은 여수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구 5만이 조금 넘는 남해군 역시 대표적인 스포츠마케팅을 보여주고 있다.

남해군은 380억원(국비 등 200억원, 민자 180억원)을 들여 만든 10만평 규모에 종합스포츠타운인 남해스포츠파크를 조성했다. 10만평 규모의 남해스포츠파크에는 주경기장을 비롯한 보조구장 등 국제경기장 규모의 축구장 4면을 집중설치해 각종 전국대회와 전지훈련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야구장 역시 야간조명을 갖춘 대야구장과 보조구장, 실내연습장등을 갖춰놓은 대한야구캠프는 국내 최신의 시설을 자랑한다.

또한 실내해수수영장, 풋살경기장, 테니스장, 인라인스케이트장을 설치해 놓았으며 95실 규모의 남해스포츠파크호텔과 18홀 규모의 힐튼 남해골프장&스파리조트는 18홀 규모의 골프장과 78평형 20실 35, 45, 52평규모 콘도 150실 등을 갖추고 멋진 해양 절경을 즐기고 싶은 피서 및 휴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포항시 체육인프라 현주소

52만을 자랑하는 경북 제1의 도시 포항시의 체육시설은 한마디로 경북 23개 시군은 물론 전국에서도 꼴찌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열악하다.

포항시의 체육시설 현황을 살펴보면 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 실내수영장, 실내사격장, 국민체육센터, 간이야구장이 각 1개소씩 있다.

축구장은 천연잔디 2개소(인덕동, 양덕정수장), 인조잔디 3개소(구룡포읍, 흥해읍, 동해면)등 모두 5개소가 있으며 이외에 풋살경기장 9개소, 게이트볼장 6개소, 테니스장 5개소, 족구장 8개소, 정구장 1개소가 전부다.

하지만 종합운동장, 실내수영장, 축구장 등 대부분의 시설이 건립된 지 20년이 넘어 전국규모 대회를 치를 수 없는 부적합한 시설이 됐다.

종합운동장의 경우 지난 1985년 전국소년체전 당시 건립한 시설이어서 25년이 흐른 지금 C등급으로 노후화가 심각한데다 공인을 받지 못해 체육의 기본인 육상대회조차 치를 수 없다. 포항실내수영장은 수영장 레인이 정규규격에 못미치는데다 D등급 판정을 받아 재시공해야 한다.

실내체육관 역시 실내경기를 하기에는 조도가 낮고 농구, 핸드볼 등을 치르기에 역부족이다. 오는 12월 사업비 274억원을 들여 착공하는 정규 야구장만이 겨우 체면치레할 정도다.

▲포항시 청사진 허와 실

포항시는 지난 5월 끝난 도민체육대회에서 시부 종합우승을 되찾아오며 경북 최고의 체육 도시임을 자랑했다.

포항시는 도민체전 해단식 당시 ‘문화와 체육을 통한 선진 일류도시 스포츠 비전’을 선포하면서 △엘리트체육 인프라 구축 △생활체육 활성화 △해양스포츠 도시 육성 △전문체육시설 확충 △복합생활체육시설 조성 △중장기 전문체육 인프라 구축 등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해양스포츠 도시로 육성한다는 슬로건 아래 국제요트대회 및 모터보트 그랑프리대회를 개최했는가 하면 해마다 용선대회를 개최하고 2010년 6월 코리아컵 국제요트대회, 2010년 10월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을 유치해 놓은 상태다.

포항시는 대회 유치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대회 기간 동안에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뒷짐만 지고 있었다.

실제로 요트대회나 모터보트대회에 대한 기본지식조차 갖추지 않아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는 게 현실이었다.

각종 대회를 유치만 하면 저절로 해양스포츠 도시로 성장하는 것처럼 인식하고 있는 공무원의 마인드는 큰 문제다.

내년에 개최할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의 경우 바다에서 펼쳐지는 전국체전과 같다.

포항시는 지금부터라도 시와 포항시민들에게 대회 개최를 통해 어떤 이익을 창출할 것인지, 이를 위해 대회개최 전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 인 계획을 세우고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보여주기 위한 행사에 치중하다 보면 예산만 낭비할 뿐 미래는 없는 것이다.

또한 포항시는 웰빙형 체육시설, 컨벤션센터등 시설면적 1만2천㎡규모의 다목적 체육관을 조만간 건립하고 중·장기계획으로 축구장 3면, 테니스장 10면, 다용도 체육시설을 갖춘 5만㎡규모의 종합생활체육공원과 종합경기장, 스포츠타운 등 24만㎡ 규모의 종합스포츠 컴플렉스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역시 재원조달 방안이나 부지선정 등 아무런 구체적 계획이 없어 신뢰하기 힘든 립서비스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포항시는 이제부터라도 전국최고 체육문화도시로 건설하겠다는 립서비스만 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체육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포항시 체육시설에 대한 종합적인 재검토와 함께 시민들의 건강과 각종 전국대회를 치를 수 있는 체육공원 조성에 나서야 한다.

시는 이를 위해 선진체육도시 벤치마킹은 물론 국·도비 확보를 통한 재원조달 방안, 부지선정을 위한 여론수렴 등 신뢰할 수 있는 체육행정을 펼쳐야 한다.

/권종락기자 kwonjr@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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