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며, 단 한번 주어진 소중한 삶을 보람 있게 보내려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
특히, 인간은 누구나가 권력과 부와 명예라는 세 가지 사다리의 높은 자리에 올라서려고 애쓰고 있다.
큰 권력을 가질수록 자기 뜻에 남이 따르게 되고, 부를 갖추면 그 부로 남을 자기의 뜻에 따라 움직이게 할 수 있고, 저마다 자기 분야에서 성공하여 얻은 명예가 가져오는 권위가 남을 쉽게 승복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이면 누구나가 권력이나 부, 명예 중 어느 하나를 최선을 다해 얻어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며, 이는 곧 인간의 기본 욕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절대왕조 시대에는 권력을 가진 자가 부와 명예까지 함께 독점하고 있었으며, 이 세 가지 모두를 갖춘 극소수 가진 자의 힘에 눌려 안정질서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근세에 들어서면서 가지지 못한 자의 자각이 높아지고 저항 의지가 높아짐에 따라 구체제의 질서는 붕괴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방향은 독점된 높은 지위를 더 많은 사람이 나누어 갖는 흐름으로 치달아 왔다.
오늘날의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경로를 거쳐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개의 위계 차원에서 제 각기 어느 정도의 지위를 누리는 다양한 균형이 이루어져서 평화질서에 가까워져 가고 있다.
누가 가진 자이고, 누가 가지지 못한 자인지 불분명해진 것이다. 한 사람이 권력을 더 많이 가진 대신 다른 사람은 부를 더 갖고, 또 다른 사람은 명예의 영역에서 높은 지위를 누리게 되었으므로 다양한 균형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 흔히 선진국이라 칭하는 앞선 나라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이에 반해 후진사회의 특징은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구별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즉, 권력을 가진 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려 하고, 아니면 부를 가진 자가 다른 모든 것을 차지하려 한다든가 또는 자기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오르면 다른 분야에 눈독을 들이는 것이 바로 후진사회에서 나타나는 좋지 못한 현상이다.
권력을 장악한 자가 그 권력을 이용하여 재산을 모으려 하니까 부정과 부패가 생기고 재력을 가진 자가 돈으로 지위나 명예를 매수하려 하니까 질서가 문란해지고, 지식을 팔아 권력을 얻으려는 어용학자나 재능으로 돈을 모으려는 타락한 예술인들이 난무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사회가 바른 기강을 회복하고 평화로운 질서를 되찾으려면 적어도 다음과 같은 기본 윤리를 회복해야 한다.
우선, 위계차원의 분화원칙을 철저히 지켜주어야 한다. 권력을 가진 자는 권력으로 부나 다른 명예를 구하려 해서는 안 된다.
돈을 모은 기업인이 기업가로 존경을 받은 데 만족하지 않고 재산으로 지위나 권력을 얻고자 한다면 세상이 납득하지 않을 뿐 아니라 기업인으로서 존경까지 잃게 되고, 사회질서를 흔들어 놓게 된다. 사람의 일생은 자신의 위치와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 할 때 빛이 나고 아름답다.
다음으로 가진 자의 지위는 자기가 살고 있는 사회 속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자각하고, 자기가 가진 것을 사회의 발전 유지에 조화되도록 쓸 줄 알아야 한다.
무인도에 혼자 살면서 자기만의 이상세계를 꿈꾸었던 로빈슨 크루소는 권력도 부도 명예도 가질 수 없었다. 상대적 지위를 만들어 줄 사회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기가 쟁취한 권력이고, 자기가 번 돈이라고 마구 휘두르고 쓸 수는 없는 것이다. 흔히 가진 자는 합법을 내세워 자기의 방종을 정당화하고 있다.
모두가 살기 힘들어 죽을 지경이라고 난리들인데, 내가 번 돈이라고 하루 저녁 수백만원어치의 술을 마시고 개인의 취미나 사치를 위해서 수십억을 허비한다면, 분명히 법에는 저촉되지 않지만 과연 이 사회가 수긍하고 받아줄 것인가 합법성만으로 가진 자의 횡포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사회적 양심이 용납하지 않은 한 그것은 죄악이 되는 것이다.
가진 자의 오만은 가지지 못한 자의 분노를 촉발한다. 가진 자의 자숙이 없으면 가진 자의 지위를 지탱해주는 제도 자체의 개혁을 사람들은 추진하게 된다. 이것은 불행한 일이다.
가진 자 자신에게는 파멸을, 사회 전체에 엄청난 비극을, 그리고 수많은 민초들에게 좌절과 고통을 가져다주고, 또한 멀리서 지켜보는 제 3자에게 경멸의 조소를 짓게 하는 비극을 가져다주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본인을 위해서, 이 사회의 정의를 위해서, 그리고 모두가 바라는 소중한 삶을 보람 있고 행복하게 영위해 나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가진 자의 자숙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에 우리는 서 있다.
가진 자들에게 진심으로 고하노니 - “제발 자숙하소서. 그대와 그대가 살고 있는 이 사회를 위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