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미용협회장을 맡고 있는 그녀가 이처럼 자부심과 열정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사업가인 남편은 7번이나 사업에 실패하고 35억 원이라는 가사를 탕진했다. 6남매의 맞이인 남편의 여동생 2명과 30년을 같이 살았다.
그래서 그녀에게는 ‘오뚝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남편이 진 빚을 갚기 위해 365일 쉬지 않고 손에 가위를 들고 일하면서도 틈이 나면 남매의 옷을 떠 입혔다. 몸이 아픈 시아버지 병구완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때는 4대(代)가 같이 살았다.
“미용실 커튼도 제가 직접 만들어었어요. 돌아보면 진짜 억척 이었지요.”
지금도 손자, 손녀들의 간단한 옷가지는 손수 짠다.
“몇 년 전 아들, 며느리가 일본에서 유학할 때 손자 손녀들의 옷가지와 모자를 떠서 보냈는데 한국으로 귀국하기 전 바자회에 내다 팔았는데 인기가 최고 였지요.”
대구청파미용학원에서 미용기술을 배운 그녀는 부산 남포동의 이름난 미용실에서 첫 미용사일을 시작했다.
당시 고데를 많이 하던 시절, 그녀는 경력이 많던 선배들보다 더 많은 고객들로부터 인기를 얻어 포항으로 스카우트 되기에 이르렀다. 그녀는 포항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커트기술로는 포항 최고라는 명성을 얻어냈다.
특히 그가 쳐내는 커트기술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커트 기술은 가위질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의 체격조건과 두상, 얼굴형태 등 여러 각도를 잘 살펴야 합니다.”
그가 또한 남자들의 머리를 커트하는 기술은 몇 달이 지나도 치켜오름이 없음은 물론 차분한 머리를 유지할 수 있는 그야말로 최상의 커트이었던 것. 눈치가 10단이다. 많은 손님을 상대해서 그런가.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금방 알아차린다. 그녀는 포항시 북구 대흥동 725, 같은 자리에서 20여년을 무탈하게 최고의 미용실 명성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가치관이기도 한 ‘신용’이 뒷받침됐다.
“단골손님이 많지요. 저의 미용기술을 한번이라도 맛본 고객과는 가족이 됐다는 마음을 갖지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대충’이라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지요”라며 평범하지만 지키기 어려운 철칙을 소개했다.
그녀는 이렇게 ‘정성을 다한다’는 미용지론을 바탕으로 경북 미용인들로부터 호감을 얻어 지난해 5월 4천800명의 회원들을 대표하는 215명의 대의원들로부터 경북미용협회장으로 선출됐다. 중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그녀는 40여년 미용인생으로 참 인생의 의미를 알게 됐다고 했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열심히 사는 그녀에게도 힘들 때가 있다. 사람들이 미용인들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일이다. 미용일을 하려면 화려한 화장과 복장으로 인해 때로는 손가락질을 받을 일을 하고 다니는 ‘질 나쁜 여자들’로 평가될때 당황스럽고 속상하다. 하지만 손님들로부터 감사하다는 말을 들으면 피곤함이 모두 가신단다.
“영덕에서 30여년째 저에게만 머리를 맡기는 단골이 계시죠. 제가 젊은 시절 많이 도와주었던 은인이기도 하지요. 이 여성손님이 저에게 머리를 하고 가면 제 마음이 다 가뿐해 집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인생이 굴곡 있는 것은 누구나에게 다 닥치는 일이라고 했다.
“내 자신의 철학만 지혜롭게 갖고 있으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미용에 대한 애정은 포항에서 헤어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며느리와 딸을 통해 알 수 있다.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시집온 며느리는 현재 영광미용실에서 그녀와 함께 일하고 있고 딸은 미대를 나와 포항시 남구 이동에서 개인 숍을 운영하고 있다.
“남에게 손가락 질 받는 행동하면 안된다. 기본을 철처히 익히고 최선을 다해라”는 말을 며느리와 딸에게 한다는 이 회장의 희망은 미용인들이 자부심을 갖고 당당히 전문직업인들로 살아갔으면 하는 것이다. 그동안 여러 사회적 환경과 미용사들의 당당하지 못한 처신으로 부정적인 인식도 없지 않지만 앞으로는 우리 삶에서 행복하고 자랑스러운 직업인으로 자리매김해 정말 아름다운 사회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들로 기억되길 바라고 있다.
여성들에게 미용을 직업으로 적극 추천해 주고 싶다는 그녀는 “체력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 10년이고 20년이고 미용을 계속하겠다”며 깊은 웃음을 보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