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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흑구탄생100주년기념사업위 ‘한흑구 문학선집’ 출간

윤희정기자
등록일 2009-06-11 20:36 게재일 2009-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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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의 강인한 생명력을 예찬한 명수필 ‘보리’를 쓴 작가 한흑구(1909∼1979).

올해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포항의 문인들이 수필 외에도 시, 소설, 평론 등 장르를 넘나드는 활발한 글쓰기를 펼친 그의 문학세계를 재조명하고 있다.

일제시대 그가 쓴 많은 글이 한번도 작품집으로도 묶이지 않은 탓에, 그는 현재까지 ‘보리의 수필가’로만 알려져 있다.

한흑구탄생100주년기념사업위원회(위원장 이대환, 작가)가 최근 출간한 ‘한흑구 문학선집’(아시아 펴냄)은 장르의 경계를 허문 그의 진면모를 엿볼 수 있게 한다.

1930∼40년대 쓴 시 40편과 단편소설 14편, 장편소설 1편, 평론 8편 등이 단행본으로 묶였다.

제1부는 시, 제2부는 소설, 제3부는 수필, 제4부는 평론, 마지막으로 작가 연보를 싣고, 화보를 권두에 얹었다.

시와 소설은 현재까지 파악한 전 작품을 수록했고, 평론과 수필은 두 권의 수필집을 포함해 그의 작품 중에서 엮은이 민충환 부천대 교수가 임의로 가려 뽑았다.

특히 연보의 경우 논문, 평론, 저서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수집 파악된 자료를 종합 정리해 현재까지 알려진 것 이상으로 구체적이고도 상세한 이력을 담았다.

평양에서 태어난 흑구(黑鷗) 한세광은 1911년 ‘105인 사건’에 연루돼 미국으로 망명한 아버지 한승곤의 영향으로 1929년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미국 유학시절부터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발간되는 ‘대한민보’와 국내 문예지 ‘동광’ 등의 매체에 여러 편의 시와 소설, 평론을 발표하며 필명을 널리 알렸고 1934년 평양으로 돌아와 고향 선배인 전영택과 함께 ‘대평양’을 창간하기도 하는 등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쳤다.

미국문학의 영향을 받아 처음부터 장르의 경계를 초월한 작가로 출발한 그는 미국문학을 조선문단에 알리는 번역에도 활발했다.

영문학자 김병철의 ‘한국근대번역문학사연구’에 따르면 1930년대 조선문단에 한글로 소개된 미국시(詩) 총 62편 중 18편이 한흑구의 번역이었다.

민족의식과 휴머니즘이 강한 청년 작가요 학도였던 그는 1939년 ‘흥사단 사건’으로 1년간 투옥되는 고초를 겪기도 했는데 이후 일제의 강력한 협박과 회유에도 친일 문학에 손을 대지 않은 그에 대해 문학평론가 임종국은 “단 한 편의 친일 문장도 쓰지 않은 영광된 작가”라고 높이 사기도 했다.

해방 이후에는 서울로 내려와 미군정청 통역관을 지내기도 했으며 1948년 포항에 정착해 외부 활동을 하지 않은 채 여러 편의 수필을 남기고는 70세에 타계했다.

이번 선집을 엮은 민충환 부천대 교수는 “이번 선집을 통해 한흑구의 문학적 면모를 새로이 연구할 귀중한 텍스트가 탄생했으니 한흑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우리 근대문학 연구자들이 본격적으로 한흑구의 문학세계를 연구하는 계기가 되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흑구탄생100주년기념사업위원회는 이번 선집 발간에 맞춰 18∼20일 포항에서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를 갖고 문학 강연과 출판기념회, 문학비 기행, 심포지엄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소설가이자 계간 ‘아시아’ 주간인 이대환 위원장은 “우선 이번 선집을 한국현대문학학회, 민족문학연구소 회원을 비롯한 우리 근대문학 연구자들에게 폭넓게 기증하고 포항시와 협의해 내년부터는 ‘한흑구의 생애와 문학연구’라는 연구 프로젝트를 발주하고, 시와 소설, 산문을 두루 대상으로 하는 한흑구 문학상의 제정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흑구탄생100주년기념사업위원회 연락처 011-9580-8729.

■ 한흑구탄생100주년기념 행사

▲6월18일 오후 7시, 포항 포은도서관, 문학 강연, ‘한흑구의 문학세계’, 민충환

▲6월19일 오후 7시, 포항 캐슬웨딩 7층, 한흑구문학선집출판기념회

▲6월20일 오후 2시∼6시, 포항 보경사, 한흑구 문학비 기행, 한흑구 문학연구 심포지엄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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