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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기업은 슬로건이 다르다

관리자 기자
등록일 2009-06-03 19:40 게재일 200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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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디트로이트 공장 현판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다.

“기체역학적으로, 항공과학적으로 보면 땅벌은 날 수 없다. 그러나 지금도 땅벌들은 날아다니고 꿀을 모은다. 몸집에 비해 날개가 너무 작아 날 수 없어야 하는 땅벌이 날 수 있는 것은 1초에 수십번의 날갯짓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땅벌은 1초에 130회 정도, 이 보다 몸집이 더 큰 꿀벌은 1초에 200회 가량의 날갯짓을 해야 날 수 있다.

수많은 날갯짓을 해야 하는 벌에 관한 글을 보면서 일하는 GM의 근로자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 부지런히 날갯짓을 하여 꿀을 얻는 벌처럼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POSCO 공장의 입구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자원은 유한, 창의는 무한(Resources are Limited, Creativity is Unlimited)”

이 글귀를 보고 출근하는 근로자들은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국가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항상 새로운 생각으로 신제품을 많이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1908년에 설립된 GM은 70년대 중반에는 전세계 계열사 직원이 77만명이나 된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였다.

이러한 GM이 지금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2008년 기준으로 종업원수가 6만2천명인 GM은 몸집이 거대해진 만큼 날갯짓을 더 열심히 하거나 새로운 생존전략을 모색해야 하는데 그 동안 모아 둔 꿀을 소비하기에 바빴다.

GM은 종업원 뿐 아니라 퇴직자와 그 부양가족에게도 의료비와 연금을 종신토록 지급해 왔다.

의료비로만 한 해 48억달러 정도가 필요했으니 GM은 날갯짓을 아무리 많이 해도 몸을 지탱할 수 있는 한계를 이미 넘어선 것이다.

POSCO는 1967년, 아직 창의란 용어가 생소하던 시절부터 무한한 창의로 새로운 철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황량한 영일만 갯벌 위에 거대한 공장을 지어 제철보국을 이루려는 꿈이 그 시작이었다.

여기에는 ‘열심히’ 정신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새로움’을 창출하고자 하는 창의를 향한 무한 도전이 있었다.

사람들은 포스코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했다고 흔히 말한다.

그런데 창의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창조는 오직 신의 영역이다. 인간에겐 창조가 아닌 ‘유’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창의가 있을 뿐이다.

창의성이 ‘유 → 유’의 능력이라면 여기에는 두 종류의 ‘유’가 있어야 한다. 창의성의 기반이 되는 앞의 ‘유’, 그리고 새롭고 유용한 것, 즉 창의성에 해당되는 뒤의 ‘유’가 그것이다.

학자들은 창의성의 기반이 되는 앞의 ‘유’에 해당되는 것으로 동기, 지식, 경험, 기능 네 가지를 든다.

포스코가 위대한 점은 이 네 가지 중 동기 한 가지 외에는 제대로 갖추어진 것이 없었는데도 위대한 산출물을 냈다는 것이다. POSCO는 시작 동기가 남달랐다.

1960년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서려는 우리나라는 너무 힘이 없었다. 특히 기간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제를 부흥시키는 일은 거의 불가능했다.

이때 산업의 쌀인 철을 생산하기 위해 국가의 부름을 받은 인물이 박태준 회장이다. 그는 좌우명에 나타난 것처럼 ‘짧은 인생을, 영원히 조국에’의 애국심을 발휘하여 제철보국의 사명을 감당하였다. 이 보다 더 강한 동기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당시 철에 대한 지식, 경험, 기술은 아주 부족한 상태였다. 공장을 짓는데 필요한 자금을 책임질 KISA(대한국제제철차관단)에서 조차 차관 조달 약속을 확실하게 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동기 하나만으로 오늘날의 POSCO를 이룬 것은 정말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강력한 동기가 지식, 경험, 기능 영역의 부족을 커버하여 POSCO 정문의 슬로건처럼 창의의 무한성을 보여준 것이다.

포스코는 이제 명실상부한 초일류 기업으로 세계 철강산업을 선도하는 위치에 있다. 지금은 아무도 POSCO가 철에 관하여 지식, 경험, 기술이 부족하다고 하지 않는다.

처음처럼 강한 동기가 계속 부여된다면 새로운 제품으로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이는 POSCO의 신화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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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지곡초 이용석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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