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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나에게 쓴 弔詩...김정구

관리자 기자
등록일 2009-06-01 19:07 게재일 2009-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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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너는 무덤이다

무덤 그 속에 갇힌 무덤이다

불볕에 말라버리지 않도록

비에 젖어 흘러내리지 않도록

깊이 묻었느니 너의 말들

갇힌 곳에서 너는 자유로워라

아무 짓도 할 수 없는 땅 속에서

너는 이제 네 몫의 말과 노래를 돌려받고

모두 떠난 뒤

산새 한 마리 반가운 낯익은 골짜기에서

깨진 사금파리로 묻혀있는 사투리를 찾아내며

비로소 너를 위해 눈을 뜨거라

갇힌 곳에서 너는 이제

우리 몫까지 자유로워라

갇히지 않아서 부자유스러운 우리들을 위해

- 김정구 유고 시집 ‘내 붉은 노래’(고요아침·2005)


2004년 11월이었다. 지역 문학지 ‘포항문학’과 포항의 문단을 이끌고 가던 김정구 시인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먼 하늘로 떠나버린 것은, 갑작스런 그의 죽음은 문학 활동을 함께 해 온 포항문학 전 식구들에게는 큰 슬픔이었다. 포항문학은 고 김정구 시인의 유고 시집을 타계 1주기에 맞춰 포항문학의 이름으로 발간하기로 의견을 한 데 모았다. 그 유고 시집의 편집과 발간의 모든 책임을 내가 맡았다. 여러 잡지와 언론 매체에 발표한 작품들과 고인의 개인 블로그에 남아 있던 원고 등 그가 남긴 전 작품을 찾아 새로 정리하고 시집 체제로 묶는데 여름 한철을 다 보냈다. 유난히 무덥던 2005년 여름 날씨였지만 나는 더운 줄도 모르고 고(故) 김정구 시인의 유고 시집‘ 내 붉은 노래’(고요아침 ,2005)를 펴내는데 몸과 마음을 다했다. “이제부터 너는 무덤이다”로 시작되는 김정구 시인의 ‘살아 있는 나에게 쓰는 弔詩’는 시를 읽는 독자의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시인이 자신의 죽음을 미리 예견하고 쓴 것인지 아닌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 시에는 죽음의 이미지가 가득하다. “깊이 묻었느니 너의 말들/갇힌 곳에서 너는 자유로워라”와 “깨진 사금파리로 묻혀있는 사투리를 찾아내며/비로소 너를 위해 눈을 뜨거라” 같은 시구에서 보듯 그는 죽음(생명)을 걸고서 진정한 시인의 길을 걸어가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유고 시집에 수록된 ‘사월’ ‘천년동백’ ‘구만리 달빛’ ‘생금비리’ ‘치악 가자’ 등의 작품처럼 절창(絶唱)을 마구 쏟아낼 즈음에 끝나버린 그의 생이 너무 서럽고 안타깝다. 벌써 5주기가 다가온다.

해설<이종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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