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하고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희망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것인지는 두 말 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달 21일 오전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7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원정경기를 시작으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연전에 나설 축구대표팀 소집 명단 25명을 발표했다.
명단에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박주영(AS모나코), 이근호(주빌로 이와타) 등 해외파를 포함한 대표팀 주축들이 대부분 명단에 이름이 올려졌고 터키 리그의 신영록(부르사스포르)까지 가세한 유럽파가 7명이고, 일본 J-리거 3명 등 해외파가 10명이나 되자 국내 축구팬들은 한결같이 ‘태극전사 25인은 우리의 희망’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태극전사들에게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마음 또는 밝은 전망이 있기에 우리의 ‘희망’이라고 했을 것이다.
지난 2002년 제17회 월드컵에서 태극전사들은 우리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사실 그 당시 태극전사들에게 우리국민들은 예선통과만이라도 하는 바램이었으나 결과는 16강에서 8강, 8강을 거쳐 4강까지 가는 월드컵 신화를 이뤄냈다.
이 결과는 진정 운이 아닌 실력이었기에 7년이 지난 지금도 태극전사들에게 또 한 번의 ‘기대와 희망’을 걸어보는 것이 아닐까.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연전에서 마무리까지 잘해서 반드시 본선 진출의 위업을 달성하겠다는 허 감독의 각오에도‘희망’과 자신감이 다분히 담겨있다.
월드컵에서 지역 예선을 통과한 자체만도 영광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는 아직까지 단 한 차례도 월드컵 본선에 나가지 못하는 나라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선에 출전하는 모든 나라의 국민들은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라마다 소기의 목적을 가지고 그 목적을 달성해 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절망’보다는 ‘희망이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고 자랑스럽다.
우리에게 이러한 태극전사들이 세계 축구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이 ‘희망’그 자체일 것이다.
야구 배트 한 자루 들고 일본으로 건너가 올해 6년째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승엽 선수가 지난해 시즌 최악의 부진을 털고 올 시즌 부활의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맹타를 휘두르자 일본 언론들이 한결같이 ‘이승엽 부활’이란 제목으로 연일 대서특필했다.
도도한 일본 기자들마저도 이승엽을 극찬하는 데는 그 이유가 있다. 이는 이승엽이 요미우리와 요미우리 팬들의 희망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 이승엽의 팬들은 이승엽이 어느 한 경기에서 빈타에 허덕였다면 그 다음날 하루종일 우울했을 것이고 반대로 이승엽이 홈런 등으로 맹타를 휘두른 경기였다면 하루종일 즐거웠을 것이다.
이승엽으로 인해 하루가 우울하고 즐거운 팬은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사는 사람인 것 같다.
이승엽이 오늘 경기를 망쳤다면 내일이 있을 수 있으니까 이는 ‘희망’이 있는 것이다. 적어도 이승엽의 팬에게는 오직‘희망’뿐이지 ‘절망’은 없을 테니까.
박지성을 좋아하는 축구팬 또한 이승엽의 팬과 같은 ‘희망’을 가지고 사는 사람 일 것이다.
한밤중에 중계되는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지켜보며 지성의 골 순간을 포착하려는 이 팬 또한 열광적이며 지성이 골을 못 터트렸다면 그 다음 경기에 희망을 걸어 볼 것이다. 이승엽의 팬이나 지성의 팬이나 이들은 적어도 ‘희망’을 가지고 살기 때문에 즐거울 것이다.
2009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에서 지난달 말 현재 지역연고의 삼성 라이온즈와 부산 경남 연고의 롯데 자이언츠가 각각 5위와 7위에 랭크돼 있지만 삼성은 13년 연속 포스트 진출이란 대기록달성을 위해, 롯데는 2년 연속 가을 잔치에 초대받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매 게임 최선을 다하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기다리며 산다는 것이 곧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