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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前대통령의 마지막 승부수

김기포 기자
등록일 2009-05-29 19:45 게재일 2009-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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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포 포항기계중앙교회 담임목사


인간 노무현은 우리 곁을 떠났다. 그의 죽음은 너무나 안타깝고 불행한 죽음이었다.


온 국민들은 마음이 무겁다. 비통한 심정이다. 그의 인생은 참 파란만장하고 구구절절 했다. 노 전대통령은 역사의 한 가운데서 역사 그 자체였다.


그를 수식하는 말은 그가 결코 평탄 한길을 걷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가난한 농민의 아들, 가시밭길 외길인생, 풍운아, 이단아, 인권변호사, 뻔히 지는 줄 알면서도 무모한 승부수인생, 참으로 바보스럽다. 그러나 인간 노무현은 가장 서민적인 대통령, 가장 한국적인 대통령이었다.


고인은 변호사 출신답게 말을 즐겼다. 특히 그는 토론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그의 말은 항상 여백을 남겨두었다. 그 여백은 듣는 사람들이 해석하고 그 의미를 부여해야 했다.


그의 토론을 살펴보면 적절한 비유와 인간 본연의 보편적인 정서와 합리성을 포괄적으로 건드려가며 상대를 압도해 가곤 했다. 또한 ‘맞습니다, 맞고요’ 라는 특유의 어법을 통해 상대를 존중해가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가감 없이 표현했다.


그리고 결정적일 때는 감성과 이성을 적절히 배합해 공감과 합리를 동시에 이끌어내는 위대한 승부사의 기질을 가졌다.


인간 노무현의 유서에서는 그동안 본인이 겪은 감정적 고뇌와 인생의 무거운 짐이 녹아있다.


그것은 깨끗한 도덕성과 청렴성이 훼손되는 고뇌이기도 했다. 인간 노무현은 지극히 냉정하고 이성적인 사고의 사람이었다.


그러면서 지나치게 자존심이 강한 분이셨다. 그분의 죽음은 감정적 고뇌의 결단임과 동시에 이성적 판단에 있어서 마지막 정치적 결단이자 마지막 승부수였다.


한 사람의 인간이면서도 전직 대통령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이의 마지막 결단은 감정과 이성의 한판 승부수였다.


그분의 유서의 내용은 무거운 법문처럼 보였다. 마지막 결단이요 승부수였던 자살이 가진 의미가 복잡하면서도 크다.


그래서 가슴 아프다. 대통령을 지내신 분이 좀 더 꿋꿋하게 그리고 냉정하게 처신 했어야 했다.


우리는 역사에 굵은 의미를 남긴 노 대통령의 안타까운 죽음을 마냥 슬퍼해서는 안 된다.


고인이 남긴 유서에도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 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고 하지 않았든가. 지금은 감정을 죽이고 이성을 찾아야 한다. 반목과 미움과 원망을 버리고 국민통합을 이뤄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인생 내내 크고 작은 승부 속에 살아왔고 결국 생에 끝에 던진 마지막 승부수가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고 그것은 온 국민들을 슬픔 속에 몰아넣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독학을 하다시피 판사, 변호사, 정치인을 하면서도 비주류로 살아온 인간 노무현에게 승부란 어쩌면 하나의 생존 방식이었다. 노 전대통령의 자살은 어쩌면 그의 막지 막 승부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승부는 너무 무모한 것이었다. 정당한 승부가 아니었다. 어쩌면 부끄러운 승부수인지도 모른다. 자살은 진정한 승부수가 아니다. 자살은 그 어떤 경우에도 미화되거나 정당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인은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이었다. 특히 가족이나 측근들을 잘 관리했어야 했다.


그리고 끝까지 진정성을 잃지 않고 자존심을 지키며 온몸으로 버티며 극복했어야 했다. 적어도 대통령은 현직에 있을 때나 자리에서 물러났을 때나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서는 안 된다. 국민에게 희망의 존재가 되어야 한다.


노 전대통령이 던진 자신의 목숨은 또 하나의 큰 승부가 되어 지금 세상을 흔들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고인이 던진 마지막 승부수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는 사실이다.


문득 대선 때, 기타에 맞춰 노무현이 부른 ‘상록수’의 노래가 또 한 방울의 눈물이 된다.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 비바람 불고 눈보라 쳐도 / 온 누리 끝까지 만 껏 푸르다 / 서럽고 쓰리던 지난날들도 / 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 땀 흘리리라 깨우치리라 거치른 들판에 솔잎 피리라”


“고 노무현 전대통령에게 삼가 명복을 빕니다. 이제 고통도 슬픔도 없는 좋은 세상에서 편히 안식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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