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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런 딸 위해 간 이식했는데…"

고도현기자
등록일 2009-05-28 20:38 게재일 2009-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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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례 수술 휴유증으로 본인도 건강 악화

딸이어 아내까지 난치병 발병 … '생활고'

딸에 이어 아내까지 난치병에 걸려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한 남자의 사연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문경시 점촌2동 박재근(45)씨는 5년 전 세상에 갓나온 사랑하는 딸 혜민이에게 자신의 간을 줘 살려냈다. 지금은 6살이 된 딸 혜민양은 태어나던 해에 담도폐쇄증으로 생후 50일 만에 사망할 위험에 처했지만 아버지 박씨의 간이식으로 현재는 집과 어린이집을 오가며 밝게 자라고 있다.


선천성 담도폐쇄증이란 담도가 생성되지 않아 담즙이 장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간에 손상을 줌으로써 황달이 지속되고 변이 하얗게 나오면서 간경화로 진행되다가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는 무서운 병.


박씨는 간을 이식해주면 혜민이가 살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그러나 박씨는 이식 수술을 앞두고 가진 검사과정에서 위에 천공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위 대부분을 들어내는 절제수술을 바로 받지 않으면 자신도 위험한 상태였고 “내가 일단 살아야 혜민이 간이식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에 8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다.


이후 박씨는 밥을 한 숟가락도 못 먹는 상태가 됐고 복수가 차고 탈장증세까지 보이는 등 심각한 수술 후유증을 보였다.


이에 담당의사는 “생후 50일밖에 안 된 갓난아기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수술인데다 박씨의 건강상태가 악화돼 수술결과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며 간이식 수술을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씨는 “위절제 수술도 혜민이를 위해 한 것”이라며 “내가 죽어도 좋으니까 제발 수술을 해달라”고 병실에 누워 의료진에게 애원했다.


다행히 서울대의료팀에 의해 수술이 집도됐고, 수술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박씨는 수술 이후 충분한 휴식도 취하지 않은 채 생계수단이었던 육류 유통일을 다시 시작했다.


혜민이의 치료비와 자신의 수술비 등에 들어간 7천만원을 갚기 위해서였다.


박씨가 하는 일은 전국을 대상으로 하루 평균 450km를 장거리 운행하면서 직접 육류를 공급하는 힘든 일.


수술대에 두 차례나 올랐던 박씨는 음식물도 마음대로 먹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쉽게 피로해져 과거처럼 일을 할 수 없었다.


체중도 많이 줄었고 운전 중 졸음이 자주 찾아와 잠시 눈을 붙이자면 자신도 모르게 몇 시간 동안 깨어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소비자와의 약속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했다.


결국, 일을 그만둔 박씨는 다른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지만 예전 같지 않은 몸 상태가 항상 문제가 돼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박씨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의 학비도 마련해야 했기 때문에 핫바 등을 파는 노점상을 열고 아내 박씨(39)도 식당 등에서 궂은 일을 했지만 형편이 나아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박씨에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아내마저 최근 선천성 대장질환이 발병하는 바람에 병원신세를 지는 형편이 된 것.


아직 한창 일할 나이인 박씨 부부는 겉모습은 멀쩡해도 아픈 몸 때문에 실제로는 일을 할 수가 없어 손을 놓고 있다.


현재 생활보호대상자로 한 달에 63만원의 생계비를 지원받고 있지만 식구들의 약값을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박씨 부부는 젊은 나이 때문에 직접 주위에 도움을 청하지도 못하고 속을 끙끙 앓고 있으며 건강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기진맥진한 상태다.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할 만큼 면역력이 없어 자주 감기에 걸리는 혜민이가 옆에서 웃고 있는 것을 보면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느낀다.


박씨는 “가족 모두가 병원신세를 지게 돼 가장으로서 병원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되는 당연한 상황이지만 의지대로 몸이 쉽게 따라주지 않는 게 제일 속상하다”며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도현기자 dhgo@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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