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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류현욱 초대전 … 30일까지 포항 미르갤러리

윤희정기자
등록일 2009-05-28 20:42 게재일 2009-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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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미학'

류현욱 作
“사물과 실재, 보이는 것과 존재하는 것, 사물과 여백 사이, 기억 되어진 것과 잊혀진 것, 수면 위 투영된 세계와 물 속으로의 침잠. 간지럼 태우는 것과 면도날로 살을 베이는 것.”


서양화가 류현욱(39) 초대전이 오는 30일까지 포항 미르갤러리에 마련된다.


류현욱은 개성있는 작업을 통해 회화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가고 있는 유망작가이다.


류 작가는 시간의 찰라, 행위의 한 장면을 잘라내어 화면으로 끌어온 독특한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현실 속에 존재하는 비현실의 모습, 시간 속에 숨어 있는 탈시간의 순간을 포착, 서양의 어법으로 동양의 침묵과 무의 개념을 표현하고 있다.


작품들은 다리 일부만 담겨져 있어 잘려 나간 듯한 느낌을 주는 이미지와 운동 선수의 역동적인 동작을 포착한 동적인 이미지 등 인물·사물의 일부 또는 전체를 의도적으로 과장한 것들로 그가 도달하고자 하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는 오늘날 현실을 빙자한 허상과 허구 속에서 오히려 우리에게 날카로운 현실로 다가오는 듯하다.


외부 세계로 향하는 통로이자 세계를 비추는 거울의 역할을 했던 회화가 류현욱 작가의 화면 속에서 형상을 부여하고 색을 입히고 가시화해 우리에게 드러내 보여준다.


그의 회화를 구성하는 것은 화면 밖으로 잘려나가 보이지 않는 이미지와 깊이를 알 수 없는 추상적인 배경이다. ‘시간의 내러티브와 조건을 제거시켜 중성화 하는 것’이 그가 밝힌 작업의 출발점이다.


이것으로 유추해 보건대 그의 작업은 이미지를 표현함으로써 시간의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행위이다. 한계(캔버스 사이즈)가 정해지고 프레임으로 둘러 싸여진 회화는 환영을 부인하기보다는 오히려 부추기는 강력한 힘을 가진다고 했던가.


자신을 부정하면서까지 멀리 떨어져,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본인의 일상을 담담히 바라볼 수 있기를 원하면 할수록, 아마 그는 미끄러지듯이 자신의 일상의 기억을 그린 회화 속으로 빨려 들어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리안갤러리 김혜경 큐레이터는“류현욱 작가는 때로 관객의 시선을 제한하고 때로는 그 시선의 욕망과 추적을 따돌리기도 하며 이미지를 은폐, 과장함으로써 현실과 환영의 안과 밖, 우리가 던진 시선 너머 그 모서리의 경계를 탐미한다. 영화의 미장센이 시간을 포함한 정면(正面)적 프레임이라면 이들의 작업도 편집에 의해 사실과 허구의 이분법을 무의미하게 허물고 다시 짓는 무대 위의 상황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한 작품 10여점이 나왔다.


경기도 성남 출신인 류 작가는 영남대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그동안 4회의 개인전과 서울, 부산 대구 등지에서 다수의 단체전을 가졌다. 한때 자신의 작가명을 ‘R’ 이라는 이니셜로 익명화하고(2005∼2007) 본인의 작업을 3자적 시점으로 관망하기 위한 시도, 화제를 모았다. 현재는 대구에서 활동중이다.


문의 277-5644.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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