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암각화 바위 도둑맞았다

윤희정기자
등록일 2009-05-28 21:22 게재일 2009-05-28
스크랩버튼

포항 동해면 석리 원삼국시대 유적

최근 중장비 동원해 통째로 뽑아가

문화재로 지정되지는 않았으나 향토 유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비지정 문화재가 도난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7일 암각화 학자 이하우씨에 따르면 지난 1월20일 포항시 남구 동해면의 석리암각화(石里 岩刻畵)가 굴삭기 등 중장비에 의해 어딘가로 사라진 사실을 포항시 공무원과 함께 발견했다.


지난 2000년 초 석리암각화를 발견한 이씨는 2008년 12월26일부터 재조사와 도면작업을 해오다 인근에 도로개설공사가 착공돼 피해가 우려되자 안전한 보존을 위해 이날 현장을 찾았다.


이하우씨에 따르면 석리암각화는 원삼국시대 것으로 추정되며 지금까지 조사된 적이 없어 한국 암각화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그는 “우리나라 암각화는 울산의 반구대와 천전리 암각화가 있지만 대부분 칠포리 암각화와 같은 구조를 지닌 검파형”이라며 “하지만 석리암각화는 인면 형태의 암각화로 동북아시아에서 일반적으로 조사되고 있는 유형과 같으므로 좋은 비교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에 따르면 석리암각화가 있는 바위는 포항시 동해면에서 구룡포읍으로 가는 31번 도로 아래의 구 도로 주변에 있었다. 가로·세로·높이 136×142×50cm 크기의 둥그스름한 작은 바위로서, 암각화의 내용은 둥근 인면형태에 두 개의 선각이 있는 표현물과 함께 작은 원 하나가 있고 크고 작은 바위구멍 6개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선각으로 새겨진 동물과 같은 형상에 대해 동물을 표현한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아 추가 자료 조사의 필요성이 있었으나 이번 도난사고로 규명 여부가 불투명하게 됐다.


하지만 포항시는 앞서 도난이나 훼손의 가능성이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책을 미룬 것은 물론 현장 확인 후 4개월이 지나도록 회수에 별다른 의지를 갖지 않고 있다.


취재 결과 이 씨는 도난 이전에 포항시 문화재담당 부서에 보존조치가 시급하다는 건의를 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으며 결국 한 달 여 후 현장을 찾았을 때는 이미 암각화 바위가 도난당한 뒤였다.


포항시는 이후에도 경찰에 대한 수사의뢰 등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관계당국의 철저한 경위 파악 후 책임 소재 규명이 요구되고 있다.


이하우씨는 “비지정문화재의 잦은 도난은 비교적 허술한 곳에 방치돼 있어 절도범들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라면서 “문화재는 국민 모두가 소중하게 보존하고 관리해야 할 공동의 문화 유산인 만큼 비지정문화재일지라도 등록을 통해 체계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바위가 산중턱에 있고 발견 후 8년여 동안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누가 가져갈 지 몰랐다”면서 “앞으로 각 읍면동에 통보해 바위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해명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종합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