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사랑을 나누어 더하면

한지영 기자
등록일 2009-05-25 19:03 게재일 2009-05-25
스크랩버튼
한지영 경북교육청 HI! e-장학 집필위원


눈이 부시도록 푸른 5월, 아카시아 향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이런저런 행사가 많은 달이라 혹시 챙기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 아쉬움을 남기게 될까 봐 달력을 자주 보게 된다. 어느 하루도 비어 있는 날이 없다.


그 중에 붉은색으로 동그라미 된 채 큰 글씨로 메모가 남겨진 날이 눈에 들어왔다. ‘5월25일, 난치병 저금통 꼭 가져가기!’ 초등학교 2학년인 막내의 글씨였다.


“새 천 년이 시작되는 첫날에 저는 이런 기도를 했습니다. 어느 곳에선가 난치병으로 고통받고 있을 제자들이 환하게 웃음 짓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해 달라는 작은 소망의 기도였습니다.


병실의 하얀 천장만을 바라보며 신음하고 있을 아이들, 치료비가 없어 병원에도 가보지 못한 채 좁은 방에서 혼자 앓고 있을 아이들, 만국기 펄럭이는 운동회 날이 되면 힘껏 뛰어 보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창밖만 바라보고 있을 아이들….


이들 모두가 건강한 모습으로 공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 넓은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뛰어 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2000년 가을,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경북보건교사회 주최 ‘난치병 제자 돕기 사랑 나눔’ 바자회에서 동참을 호소하며 읽었던 글의 일부분이다.


그리고 2001년 5월 5일에는 포항 시민운동장에서 경상북도교육청 주최 ‘난치병 학생 돕기’ 큰 행사가 있었다. 그때 필자는 종이비행기 날리기 진행 요원으로 그 아름다운 현장에 있었다. 당시 임신 5개월이었는데 뜻 깊은 행사에 참여해 함께 봉사하며 특별한 태교를 할 수 있었기에 지금도 5월이 되면 그날이 생각난다.


2001년 5월, 엄마의 자궁 안에서 꿈틀거렸던 그 아이가 어느새 아홉 살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난치병 친구를 돕기 위해 우유곽을 저금통으로 만들어 동전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5월이 되면 우리 집 전화기 옆 빈 공간에는 삼 남매의 이름이 적힌 우유곽 세 개가 나란히 놓인 채 사랑을 모으고 있다.


경상북도교육청에서 2001년부터 특색사업으로 추진해 온 난치병 학생 돕기 행사가 어느덧 9년째이다.


‘사랑을 나누면 희망이 자랍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시작된 이 사업은 당시 전국에서 최초였으며 현재는 온정이 가득한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의 기틀이 되어 타 시·도 교육청으로 확산되고 있다.


5월이 되면 경상북도 내 각 학교에서는 난치병 학생들을 돕기 위해 우유곽을 이용한 동전 모으기, 사랑의 바자회, 991 자투리 모금 운동 전개 등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지고 있다.


10여 년 동안 이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온 결과 지난 4월까지 795명의 난치병 학생들에게 49억 3천6백만 원의 의료비를 지원하여 83명이 완치되었다.


이 행사는 난치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건강한 학생들에게는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체험의 장이 되어 감동을 주고 있다.


또한, 의료기관 치료 알선 및 후원 단체 결연, 모금운동 전개 등 각종 지원을 통해 난치병 학생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힘을 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도내 각 학교에는 405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며 난치병과 싸우고 있다.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는 말이 있다. 돌아보면 우리 주위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


특히 난치병에다 경제적 어려움까지 더해져 이중고를 겪고 있는 아이들. 그들 스스로 감당하기엔 너무 큰 아픔이다. 그 아픔을 덜어줄 수 있도록 우리가 가진 사랑을 조금씩 나누어 주면 어떨까.


작은 것이라도 나눌 수 있기에 행복하지 않은가.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 아니라 더 큰 하나가 된다는 광고 멘트처럼 우리가 나누어 준 사랑이 더하기 되어 난치병을 앓고 있는 학생들에게 전해진다면 그들은 이 5월을 희망을 키운 달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종합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