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로 온 국민이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았지만 투신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파란만장했던 영욕의 삶을 마감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강도는 더 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전직 대통령이 검찰 수사의 칼 날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로 ‘수난과 비운’으로 얼룩진 전직 대통령 역사는 또 다시 불행한 기록을 추가하게 됐다. 이제는 더 이상 전직 대통령들의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고, 바람직한 ‘전직 대통령 문화’가 정착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공론의 장이 펼쳐져야 할 것이라고 본다.
노 전 대통령 자신도 “농촌으로 돌아가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삶을 살겠다”며 퇴임 직후 고향인 봉화마을로 낙향했지만 그 역시 전직 대통령들의 불행한 전철을 밟게 됐다. 노 전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이후 최고의 권좌에 오르기 까지 도덕성을 최대의 덕목으로 삼아 왔다는 점이 오히려 ‘결백’의 표시로 자살을 선택한 배경으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없지 않다. 하지만 ‘박연차 비리’의 실체적 진실과는 별개로 차제에 5년 단임제 대통령에게 집중된 절대적 권력의 감시와 분산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국회의 견제기능 강화 ▲대통령을 감시할 수 있는 외부 기관의 설립과 권한 부여 ▲시민단체의 감시 역할 강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반면 대통령 재임 중 ‘살아있는 권력’을 제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대통령의 의지에 좌우될 수 밖에 없다는 반론도 없지 않다.
지금은 여야와 보수·진보 진영 모두 정치적 이해관계나 이념적 노선을 초월해 상호 비방을 자제하고 고인이 된 노 전 대통령 유족의 슬픔을 위로하고 국민의 충격과 아픔을 어루만져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