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보육은 ‘교육+보육’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영유아 시기에 잠재된 재능을 최대한 이끌어내주지 못한채 그저 돌보기만 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는 셈입니다.”
이탈리아 레지오에밀리아 교육으로 유명한 김덕순(63·사진) 포항리라유치원장을 찾아갔다.
포항시 북구 우현동 132-23 1천여평의 드넓은 곳에 위치한 유치원은 풀과 나무와 꽃들, 그리고 곤충들이 사는 숲속의 궁전 같았다. 햇빛도 많고 나무도 많고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이 다 있었다.
김 원장은 대전 출신의 유아교육자로 2004년 연수차 방문했던 이탈리아 레지오 지역에서 레지오에밀리아 교육이라는 선진교육을 목격했다. 이후 창시자인 로리스 말라구찌 이론을 기반으로 한 어린이들의 교육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인물이다.
1970년 포스코로 직장을 옮기게 된 남편을 따라 포항에 정착하게 된 그는 셋째 아들을 유치원이 아닌 사설학원에 보내게 되면서 유아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Reggio Emillia Approach)은 이탈리아 북부의 인구 14만8천명이 거주하는 레지오 에밀리아시가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하는 시립 유아교육 체제입니다. 레지오 교육은 다른 사람과 협력해 사고하고, 계획하고, 평가하면서 학습하는 유아의 탐색 능력을 존중하고 지원하는 학습의 대명사로 불리웁니다. 부모와 교사의 헌신과 협력으로 시작된 시립 체제 학교들이 지난 40여 년간 발전시켜온 질 높은 철학, 행정조직, 교육과정, 교수학습방법, 환경들은 현재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국가들, 호주와 동부 아시아뿐 아니라 미국 전역의 교사들에게 교육의 질적 변화를 위한 지표가 되고 있습니다. 레지오 에밀리아 시립 학교에서 하고 있는 ‘레지오 접근법’은 1970년대 후반에 유럽으로 1980년대 후반에 미국 동부를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알려졌습니다. 레지오의 유아학교와 영유아 센터들은 돌봄의 윤리를 가진 전문적 성인과 또래들이 있는, 호감이 가는 환경 속에서 유아들이 성장하고 학습할 기본 권리를 지원함으로써 유아의 복지와 가족의 사회적 욕구 모두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최고로 평가되는 공교육 체제입니다.”
현대 사회의 아이들이 부모 세대의 이기적이고 빨리빨리 문화를 비판한 그는 “서로를 존중하고 천천히 하는 형태로 교육을 재정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의 교육이 가장 어려운 때 입니다. 특히 미국식 교육을 선호하는 정부의 정책에 의해 도시적 삶을 추구하는 교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안교육도 없구요. ”
그런 점에서 그는 대안적 선택의 기회를 가질 것을 강조하고 “말라구찌식 교육을 적극적으로 접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올해로 20년째 유아교육의 현장에 있으면서 “우리 아이들도 기다림과 남의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는 아이로 기를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매일매일 기도한다”고 했다.
그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토론의 시간을 많이 갖도록 한다.
“학생은 대화하는 경험을 통해 지식을 활용, 탐구할 수 있게 되고 자기 생각을 만들고 다른 이로부터 배울 수 있게 됩니다. 아이와 교사들의 말과 몸짓이 부드럽고 서로 답하고 돌보는 관계가 실현된다. 다른 이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관계를 기반으로 한 협동적인 배움이 실천되는 것입니다.”
그는 이러한 교육방법으로 어린이들은 물론 교사, 원장인 본인까지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불거지고 있는 여러 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한 처방을 이 교육법에서 찾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리라유치원 교사들은 매일 오후가 되면 함께 모여 토론의 시간을 갖는다. 이 시간은 교사들이 어린이에 대한 해석을 함께 나누거나 각반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는 협동교수로서의 의미 있는 시간이다.
리라유치원 교육과정의 출발은 어린이의 백가지 언어이다. 어린이들의 표현을 각기 다른 자신만의 표현도구로 구체화되고 확장되게 하기 위해서는 어린이들이 하는 말을 기록하고 어떻게 누구와 타협하는 지를 관찰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쁨으로 사는 그이지만 힘든 일도 있다.
근래에 사립유치원들이 ‘사학’으로 몰리고 있는 것에 안타깝다는 그는 “정부가 지난 2004년 유아교육법을 통과시켜 유치원 과정을 공교육 과정에 편입시키겠다면서 병설유치원을 건립하고 있는데 여기에 드는 예산의 10/1이라도 사립유치원에 지원한다면 보다 나은 유치원교육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기교육 열풍이 남다르다는 한국의 현실에 대해 “제도를 도입할때는 세부내용, 새로운 아이디어, 프로그램 등 실제적인 내용을 도입하려고 노력해야지 그저 피상적이고 형식적인 것을 도입하는데 그쳐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특히 “교사에 대한 훈련이 중요하기 때문에 유치원 교사들을 가르치고 이끌 수 있는 ‘교사들의 교사(mentor)’제도가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은 배우는 한 결코 무너지지 않습니다. 배우는 것은 아이의 권리, 희망의 중심에 있지요. 배움의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은 인생의 희망을 박탈당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 어떻게 자라면 좋을까요?
“너무 복잡하고 급한 마음들, 남을 존중하는 마음이 없는 아이들, 친구들을 배려하고 자신을 바로잡고 제어할 수 있는 아이들로 자랄 수 있으면 해요.”
아이들로 부터 불려지는 ‘아름다운 미소를 가지고 계신 원장선생님’이라는 그의 ‘밝고 너그러운 표정’에서 어린이들의 꿈을 읽을 수 있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