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깨달음을 위한 4번째 노래수행

윤희정기자
등록일 2009-05-19 20:37 게재일 2009-05-19
스크랩버튼
“고구려 중흥을 꿈꾸었던 고려 최고 여걸 천추태후의 인생 역정을 음악으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제 노래가 많은 사람들에게 천추태후의 프론티어 정신을 일깨우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노래하는 스님 가수’ 운붕 대성사(포항시 북구 용흥동 소재) 주지가 ‘천추태후’를 타이틀로 내건 4집 음반을 출시했다.


운붕 스님은 지난달 28일 열린 ‘제9회 대성사 산사음악회’에서 타이틀곡 ‘천추태후’를 시민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노래 ‘천추태후’는 중국식 유교체제를 주창한 고려조 성종에 맞서 스스로를 황제국의 태후라고 불렀던 천추태후 나라를 어지럽힌 음녀(淫女)로만 알려진 천추태후가 사실은 중국식 유교체제를 주창한 고려조 성종에 맞서 전통사상을 강조하고 서경을 중시하는 등 북진정책을 수호하려 했던 여걸(女傑)로 재평가하는 주장에 맞닿아 있어요.”


이번 4집 음반에는 욕심과 성냄을 버릴 줄 아는 세상 지혜를 일깨워 주고자 하는 신곡 ‘멍텅구리’와 ‘어머니’ ‘세월’ 등 모두 8곡을 담았다.


“천년만에 다시피는 한에서린 천상화야/ 무슨사연 그리많아 다시찾아 왜 왔는가/오직한 맘 나라걱정 내 조국 지키려고/ 모든한생 다바치신 천하여걸 천추태후/아∼아 구중궁궐 처마끝에 풀지못한 매듭끈은 세월속에 흘러 흘러 흘러만가네.”(‘천추태후’ 중)


어느덧 우리 사회의 주변인으로 내몰리고 있는 노년층을 노래로나마 위로하는 음반이, 경제한파로 힘든 일상에 괴로워하는 중장년층들에게는 과거를 회상하는 안식과 위안의 시간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1955년 포항 출생으로 16세 때 출가한 운붕 스님은 지난 2006년 ‘어머니’ ‘세월’ 등을 담은 1집 음반 ‘어머니’, 2007년 ‘무상초’ ‘옥아의 꽃신’ ‘물따라 바람따라’ 등이 실린 2집 ‘옥아의 꽃신’, 2008년 ‘일면불 월면불’ ‘바람부는 날에는 너에게로 가고싶다’ ‘그대 한 자락의 바람일 수 있을까’ 등을 담은 3집 ‘바람부는 날에는 너에게로 가고싶다’를 잇따라 발표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모아왔다.


“비록 불신과 불안, 불만, 불확실의 사불시대(四不時代)에 살고는 있지만 단 서 너 시간만이라도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서 떠나보십시요.”


불가에 귀의한 지 38년째 되는 그는 오늘도 외로운 길을 걷고 있다. 스님의 신분으로 대중음악을 하겠다고 했을 때 신도들마저도 반대하고 나섰지만 ‘아무리 거룩한 법문도 중생의 귀에 들어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 믿는 그의 의지를 꺾을 순 없었다. 오늘도 운붕스님은 부처님과 트로트 사이에서 깨달음을 얻기 위해 노래 수행 중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종합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